[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올해 하반기 채권 시장에서 미국 중기 국채의 투자 매력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만큼 내년부터는 국채 금리 하락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AB자산운용 주최로 열린 '2023년 하반기 글로벌 채권시장 전망' 간담회에서 유재흥 파트장(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은 "한 차례 정도 인상 가능성은 열어놔야겠지만 미국 Fed(연방준비제도)의 긴축행보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는 채권 시장에서 긍정적인 모멘텀인 만큼 하반기에는 듀레이션(국채)을 포트폴리오에 담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상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가 고점에 다다른 지금이야 말로 채권에 투자할 적기라는 분석이다. 채권 가격이 하락한 현 시점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보고, 추후 매매차익 극대화를 노리라는 얘기다.

유 파트장은 채권 전문가로 ▲프랭클림템플턴 매크로 애널리스트 ▲KDB 산은자산운용 해외투자팀장 ▲신한금융투자 FICC 운용2팀장 등을 거쳤다. AB운용에는 지난 2012년 1월 합류해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맡고 있다. 2003년 서울 사무소를 설립한 AB(얼라이언스번스틴)운용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운용사다. 25일 기준 운용자산(AUM)은 2조8545억원 수준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유 파트장은 올해 상반기 동안에 채권 투자의 필요성이 증명됐다고 평가했다. 시장 변동성이 상승한 가운데서도 채권 투자의 가장 큰 매력인 캐리(Carry‧이자이익)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단 배경에서다. 유 파트장은 "시장을 떠나지 않고 계속 투자 활동을 이어가는 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지난 6개월에 걸쳐 확인됐다"며 "올해 남은 6개월 또는 내년에도 시장 참여자들은 채권 투자의 목적인 캐리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파트장은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전략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거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특히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10년 만기 내외의 중기물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AB운용에 따르면 올해 3.5~4.0% 박스권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내년 2.5%~3.0%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는 "중기 국채로도 어느 정도의 캐리를 얻을 수 있는 만큼 굳이 초장기 국채에 투자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미국 중기 국채의 수익률이 4% 정도 되는데, 만약 이에 만족스럽지 못한다면 투자등급 크레딧(회사채)을 혼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용등급이 BBB- 이상인 투자등급 회사채의 경우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 펀더멘탈(기초체력) 개선이 상당히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유 파트장은 "지금처럼 변동성이 커졌다고 해서 패닉에 빠져 시장을 떠날 필요는 없다"며 "신중하게 채권에 투자하면 캐리 확보라는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