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최근 연고점을 향해 치솟던 채권시장 금리가 다시 방향을 틀었다. 새마을금고 사태와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약세를 거듭하던 채권시장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오자 빠르게 온기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미국의 연내 추가 금리인상이 한 번으로 종결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다. 한국은행은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동결, 채권시장 강세에 힘을 보탰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일 대비 10.2bp(1bp=0.01%포인트) 하락한 3.602%에 장을 마쳤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0일 3.863%를 기록하면서 연고점을 갈아치웠지만, 이날 3.657%까지 3일간 20bp 넘게 낮아졌다. 국고채는 이 외 ▲1년물(3.574%) ▲2년물(3.650%) ▲5년물(3.610%) ▲20년물(3.622%) ▲30년물(3.588%) ▲50년물(3.563%) 등 모든 만기에서 3.6% 안팎의 금리를 형성하면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채권금리 하락은 역의 관계인 채권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최근 가파르게 상승세를 나타내던 채권시장 전반의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다. 전날(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6월 CPI는 전년동월 대비 3.0% 올라 시장 전망치(3.1%)보다 소폭 낮았다. 지난해 6월 미국의 CPI 상승률이 9.1%로 최정점을 찍은 지 1년 만에 물가 상승세가 큰 폭 둔화된 것이다. 가격 변동성이 높은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4.8%도 시장 전망치(5.0%)를 밑돌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내 두 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했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이번 물가 상승률 둔화로 인해 미국의 금리인상이 한 번으로 끝날 수 있다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이달 말 예정된 FOMC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한 뒤 통화 긴축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이달 FOMC에서 연준의 금리인상 전망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도 "2차례 인상 우려는 상당 폭 축소됐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시장 예상과 동일하게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채권시장 강세에 힘을 보탰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3.25%에서 3.5%로 금리인상을 단행한 뒤 반년간 금리 동결을 지속하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내 금리 인상 기대가 빠르게 되돌려지면서 국내 금리는 현 수준에서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회사채 금리도 국고채 금리를 따라 하락세로 돌아섰다. 신용등급 AA- 기준 3년 만기 무보증회사채 금리는 전일 대비 10.4bp 내린 4.408%를 기록, 국고채와의 금리 차이를 의미하는 크레딧 스프레드는 80.6bp를 나타냈다. 회사채에 대한 투심을 가늠할 수 있는 크레딧 스프레드는 지난 4월 초부터 3개월째 큰 변동 없이 80bp 안팎을 유지하는 추세다.

다만 회사채 시장의 경우 새마을금고 사태 여파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새마을금고는 회사채 시장에서 손꼽히던 큰 손"이라며 "새마을금고의 보유 채권 순매도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회사채 수요 측면에서 이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