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조병규 차기 우리은행장이 내달 공식 취임을 앞두고 그간 공백을 메꾸기 위한 경영현안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취임 후 영업력 중심의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서도 영업력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했던 만큼 조 내정자의 어깨도 무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순이자마진(NIM) 하락과 정부의 은행 사회공헌 역할 주문 등 은행에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지속하면서 실적 파고를 넘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조 내정자가 취임 후 실시할 조직 및 인사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은행장의 영업방향과 치중할 부문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3일 "조 내정자는 최종 후보자로 선정된 후 연수원에 사무실을 차려 인수인계 등 취임 전 준비를 하고 있다"며 "7월3일 취임과 동시에 본격적인 경영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증권 및 보험계열사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타 은행지주에 비해 은행 이익기여도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은행주 하락 사이클에서 더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2분기 지배주주 귀속 순이익은 885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동기(9227억원) 대비 4.1% 적은 수치이다.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이익 서프라이즈를 견인했던 이자이익이 올해는 발목을 잡고 있다. 은행들의 NIM은 지난해 4분기를 고점으로 하락반전해 지속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금융당국에서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대손충당금 적립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는 것도 은행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인 은행 영업환경이 비우호적인 가운데 정책금융 상품에도 참여하다 보니 2분기 실적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비이자이익은 전체 영업수익의 11~12% 수준에 그치다 보니 실적 변수로 작용하긴 힘들 뿐더러, 비이자이익 원천도 외환이나 제휴 상품 등에 한정돼 있어 현재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런 형태의 영업이 활성화 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금융 자추위는 '지주는 전략, 계열사는 영업'을 중시한다는 그룹 경영방침에 따라 은행장 선임 기준을 '영업력'에 최우선적으로 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선임 기준에 따라 조병규 은행장 후보가 경쟁력 있는 영업능력과 경력을 갖추고 있고, 특히 기업영업에 대한 탁월한 경험과 비전을 높이 평가했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는 ▲2012년 본점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2014년 대기업심사부장 ▲2017년 강북경업본부장 등을 거쳐 ▲2022년 기업그룹 집행부행장에 이르기까지 기업영업부문에서 경험을 축적한 기업금융 전문가로 평가된다.

실제 조 후보자는 지점장 초임지였던 상일역지점을 1등 점포로 만들었고, 본점 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근무 시에 전 은행 KPI(성과평가기준) 1위(2013년)와 2위(2014년)를 각각 수상하며 영업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취임을 앞둔 조 내정자는 영업력이 어느 때보다 부각된 은행장이다보니 하반기 눈에 띄는 실적 반전을 불러오지 않는 이상 호평가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