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내달 1일로 예정된 ㈜삼표와 삼표산업 간의 역합병은 회사가 당초 밝힌 목적인 '핵심역량 결합을 통한 시너지 제고' 외에도 내부거래 논란을 잠재우는 효과도 낼 전망이다. 현재까진 계열매출로 잡히는 ㈜삼표의 삼표산업향 물류매출이 합병 이후에는 통합법인 내 거래로 바뀌면서 자연스레 소거되는 까닭이다.

㈜삼표와 삼표산업은 각각 그룹 내 물류, 레미콘 생산·판매를 담당하는 법인으로 양사는 2013년 분할된 이후 현재까지 돈독한 관계를 유지 중이다. 작년만 봐도 ㈜삼표가 계열사 등으로부터 올린 내부거래 매출은 1551억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삼표산업향 매출만 57.2%에 달했다. 골재와 시멘트 등 레미콘 원료의 육송·해송·철도수송부터 레미콘 차량 운송업 등을 도맡아 온 결과다.

이 같은 높은 내부거래율은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당국의 감시망에 들어갈 여지가 컸던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공정위가 내부거래 규제 대상으로 삼는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100%) ▲연간 내부거래 규모 200억원 이상 ▲3년 평균 매출액의 12%를 모두 충족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삼표는 이러한 구조를 통해 작년 말 기준 1990억원의 이익잉여금을 쌓아 정 회장 일가가 내부거래 일감확보→오너향 배당으로 이익을 편취할 가능성이 농후한 편이었다. 아울러 삼표그룹은 올해 첫 준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을 뿐더러 과거부터 현대자동차 계열과 함께 공정위로부터 조사를 받는 등 규제당국 리스크가 큰 기업집단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 합병으로 삼표그룹은 ㈜삼표-삼표산업 간 내부거래를 모두 소거하는 효과를 거두게 됐다. 과거 물류 내부거래가 앞으로는 통합 삼표산업 법인 내 물류 및 레미콘 부문간의 거래로 바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DX부문(스마트폰 등)이 DS부문(반도체)으로부터 메모리·시스템반도체를 부문간 내부거래로 공급받는 식이다.

이 같이 합병을 통한 내부거래 물타기는 타 그룹사가 종종 쓰는 기법이기도 하다. 애경그룹사인 코스파가 2019년 12월 한국특수소재를 흡수합병 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애경 오너일가가 보유한 한국특수소재 지분은 28%로 공정위의 규제 기준을 초과했고 이 회사는 생산한 자동차포장재·성형용 압출발포제품 모두를 코스파에 납품했다. 이에 애경그룹은 코스파와 한국특수소재를 합병해 규제 리스트를 헷지했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양사 합병 과정에서) 내부거래에 특별히 고려한 점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일각에선 삼표그룹이 역합병 이후 내부거래 논란 소거 외에도 적잖은 재미를 볼 것으로 관측 중이다. 현재 ㈜삼표가 보유 중인 삼표산업 주식 1025만주(98.25%)가 통합법인의 자기주식(자사주)가 되는 까닭이다. 통합법인이 추후 상장 등을 고려, 자사주를 외부에 처분할 시엔 상당한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어서다. 

나아가 해당 자사주는 오너 3세인 정대현 삼표시멘트 사장의 승계재원으로 사용될 여지 또한 적잖을 것으로 관측 중이다. 통합법인인 삼표산업의 인적분할을 통해서다. 예컨대 삼표산업이 존속회사가 되는 인적분할을 결정하고 존속법인에만 자사주를 몰아줄 경우 신설법인이 원래 가졌어야 할 자사주는 그만큼 존속법인의 소유 지분이 된다. 이후 삼표산업이 유상증자를 벌일 때 정대현 사장은 보유 중인 신설법인 주식을 현물출자 하는 식으로 삼표산업에 대한 지배력을 키울 수 있다.

삼표 관계자는 이에 대해선 "자사주는 역합병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며 "소각 가능성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