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삼성전자가 현대자동차의 차량용 반도체 공급에 나선다. 기존에는 독일 폭스바겐과 아우디 등에 탑재됐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현대차에 적용하게 된 것. 삼성전자는 기존에 컴퓨터와 모바일 중심으로 반도체를 공급했지만 최근에는 차량용 반도체의 고객사를 확보해 나가는 모습이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2025년까지 현대차에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920'을 공급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IVI 반도체 칩이 현대차에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주요 매출처는 애플, AT&T, 도이치텔레콤, 퀄컴, 버라이즌 등 주로 모바일과 통신, 팹리스 기업들이다.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5대 고객사 매출비중은 전체 매출액 대비 약 15% 수준이다. 실제로 전체 반도체 수요의 60%가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삼성전자 매출을 책임지는 모바일 메모리반도체는 주기에 따라 매출 편차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고객사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는 후발주자다. 하지만 2017년 독일 아우디에 차량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8890'을 공급한 데 이어 2019년 아우디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엑시노스 오토 V9'을 공급하는 등 인포테인먼트 시장에서 조금씩 입지를 다지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시장을 확대해 가면서 빠르게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CAGR) 13.4%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는 탑재되는 전자장비가 많아 필요한 반도체 수가 급격하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내연기관차 한 대에 200개 정도 반도체가 필요하다면 자율주행차에는 약 2000개가 들어가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 고객사 중 자동차 제조업체는 포드,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아우디, 폭스바겐 등이 있다. 현대차의 경우 삼성전자로부터 메모리 반도체 등은 공급받아왔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인텔이나 엔비디아, 텔레칩스, NXP 등 차량용 반도체 전문 기업들의 제품만 탑재했다. 이번 공급계약으로 현대차 역시 새로운 고객사로 부상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인 '엑시노스 오토' 라인업은 IVI용 시스템반도체인 'V시리즈' 외에도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용 'A시리즈' ▲통신 시스템용 'T시리즈'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조정하는 전력관리칩(PMIC) 등이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는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추가 협력 가능성도 제기된다.

피재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현대자동차와 협력을 통해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시장에서 리더십을 공고히 다질 수 있게 됐다"며 "운전자에게 최적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는 최첨단 차량용 반도체 개발과 공급을 위해 전 세계 다양한 고객 및 파트너사와 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 조직 정비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퀄컴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을 지낸 베키 카티비안을 미국 법인 부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카티비안 부사장은 자율주행 관련 반도체 전문가로 미국 삼성 법인에서 반도체 칩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삼성오스틴연구센터(SARC)와 어드밴스컴퓨팅랩(ACL)의 책임자를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