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양(BBB+, 안정적)은 지난 8일 1년물 600억원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14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았다. 희망금리밴드는 연 7.3~8.7%로 제시했으나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다만 한양은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얼어붙은 건설업에 대한 투자심리를 고려해 산업은행을 대규모 인수단으로 확보한 상태다. 산업은행의 총액인수 규모는 400억원으로 총 목표금액의 3분의 2를 정부의 매입 프로그램을 활용한 안정적인 발행 구조로 짠 것이다.

여기에 추가적인 인수단(한양증권, 50억원)도 구성했다. 미매각 물량이 발생하더라도 자금 조달에 차질이 없도록 사전 준비한 셈이다. 사전모집 이후 추가로 약 200억원 내외의 추가청약 요청이 대표주관회사(KB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에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구원투수로 나섰던 산업은행 등은 미매각에 대한 인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사전청약 140억원에 본청약 200억원을 추가로 모집할 경우 총 340억원으로 산은이 인수하는 물량은 26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번 한양의 공모채 청약 기일은 오는 6월 15일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건설사의 회사채가 흥행이 안되는 분위기임에도 공모채 발행에 나섰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부동산 PF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면서 HL D&I(BBB+), 한국토지신탁(A0/A-), 한신공영(BBB+/BBB0), 신세계건설(A0), KCC건설(A-) 등 부동산 관련 기업의 공모채 수요예측은 줄줄이 미매각되고 있다.

앞서 한양은 바이오매스 발전사업을 위한 특수목적법인 '그린에너지'의 지분 투자를 위해 지난 2021년 6월 6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했다. 이번 발행은 해당 공모채의 만기도래에 따른 차환 목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한양은 ▲광양 바이오매스 발전사업 외에 ▲해남 솔라시도 ▲여수 묘도 항만재개발 ▲동북아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건설 등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양의 지난해 실적은 원가 상승과 도급액 증가 미반영 등으로 부진했으나 올 1분기 반등을 이뤄냈다. 현재 연매출의 5년치에 가까운 수주잔고(4조7000억원)를 보유해 중장기적인 사업 기반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 종속회사들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현금성자산은 대폭 줄었지만 소송충당부채 환입 및 솔라시도 태양광부지에 대한 자산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자본이 증가해 100%대의 양호한 부채비율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