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 PE)가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매각 대상자로 블랙록자산운용(이하 블랙록)을 낙점했다. 회사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더 높게 평가한 원매자도 있었지만, 경영참여 요구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MM PE는 전날 블랙록과 지분 30%를 매각하기 위한 계약(SPA)을 체결했다. 총 거래 규모는 1조1200억원 수준이다. 블랙록이 구주(899만9793주)를 1조600억원에 인수하고 하반기 예정된 유상증자에 600억원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유상증자는 7대 3 비율로 진행된다. IMM PE도 1400억원을 투입해 이로 인한 지분율 변동은 없다. 에어퍼스트는 약 3조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딜에는 KKR, 브룩필드자산운용 등 글로벌 펀드들이 원매자로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에어퍼스트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다양한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KR과 브룩필드 등은 지분 50%를 매각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사회에 참여해 회사를 함께 키우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블랙록보다 기업가치를 더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IMM PE는 마지막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하지 않고 원매자들이 제시하는 조건을 비교하며 세부 조건들을 논의했다. 특히 경영권을 침해받지 않기 위한 쪽으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이 많은 쪽이 향후 매각에서 더 높은 프리미엄을 받기에 유리하다고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시장은 블랙록이 최종 인수자로 결정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분을 소수만 넘기기로 결정함에 따라, 향후 회사를 통매각 할 경우 새로운 원매자를 찾아야 하는 부담은 생겼다. 지분 절반을 매각할 경우 거래 상대방이 이후에도 잠재적인 인수자가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기 때문이다. 블랙록은 태그얼롱(동반 매각 청구권)을 보유해 IMM PE가 향후 에어퍼스트를 매각 할 시 지분을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블랙록은 현재 결성 중인 '4호 블랙록 글로벌 인프라 펀드'를 활용해 에어퍼스트 지분을 인수한다. 이번 투자는 해당 펀드의 첫 자금집행이다. 블랙록이 국내에서 PEF로 활동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IMM PE는 "에어퍼스트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지배구조 측면 및 경영 파트너로서의 역량을 고려해 블랙록을 최종 매수자로 선택했다"며 "블랙록은 이번 투자에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장기 성장성과 IMM PE의 경영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한편 IMM PE는 이번 에어퍼스트 지분 매각으로 39%에 달하는 IRR(내부수익률)을 달성하게 됐다. 향후 IRR이 대폭 오를 가능성도 남아있다. 투자원금을 대부분 회수해 남은 지분매각에 대해서는 모두 수익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IMM PE는 2019년 에어퍼스트를 인수하면서 약 1조4000억원을 투입했다. 투자 비히클로는 로즈골드 3호(1500억원)와 4호(3450억원)가 투입됐다. 나머지 금액은 신한은행 및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