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당분간 무림그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수익성 간의 괴리가 커질 전망이다. 오너 3세 이도균 사장이 걸고 있는 '친환경 제지 드라이브'가 ESG엔 긍정적이지만 투자로 인해 불안한 재무비율이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무림그룹 주력사인 무림피앤피는 2025년 9월 준공을 목표로 울산공장에 친환경 고효율 보일러시설 투자를 벌이고 있다. 바이오매스 기반 신재생에너지인 흑액으로 발전량 및 스팀생산량을 증대하겠단 차원이다. 예상된 투자금은 2763억원이다.

무림그룹 관계자는 투자 배경에 대해 "청정연료 사용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미세먼지 저감으로 환경규제에 대응키 위한 것"이라며 "수전량(순수 전기 사용량)및 스팀생산용 LNG 사용량 감소에 따른 제조원가 절감 등 환경과 실적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도 이번 투자 자체는 장기적으로 무림페이퍼 펄프부문의 원가율 하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만큼 긍정적이란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중·단기 측면에선 그룹의 재무 불안정에 한몫할 거란 점은 우려스런 대목으로 꼽기도 했다. 현 상태로는 무림페이퍼가 투자자금 가운데 상당부분을 외부차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올 3월말 개별기준 무림페이퍼의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자산)은 3425억원, 작년 순영업활동흐름은 235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곳간에 있는 현금과 자체 현금창출력으론 2700억원대 투자를 단행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무림피앤피의 투자가 모회사 무림페이퍼의 연결 재무제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히고 있다. 차입증대 및 현금감소로 인해 10년 이상 유지해 온 A급 신용도(A- '안정적')가 BBB급으로 강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기업평가는 무림페이퍼의 신용도 상향조건에 금융비용 대비 상각전이익(EBITDA) 4.5배 이상, 부채비율 200%이하를 제시하고 있다. 반대로 하향조건에는 금융비용 대비 EBITDA 2.5배 미만, EBITDA 대비 순차입금 7배 초과를 꼽았는데 이 회사는 현재 상향조건에는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작년만 봐도 금융비용 대비 EBITDA와 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각각 4.3배, 5.2배였고 부채비율은 264.3%로 집계되면서 이미 금융비용 대비 EBITDA 지표는 하향기준을 터치했다. 여기에 무림페이퍼의 울산공장 투자까지 고려하면 차입 증대, 현금 유출에 따라 무림페이퍼의 EBITDA 대비 순차입금 지표 또한 하향조건에 다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올 들어 무림그룹 주력사의 영업환경이 개선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림페이퍼와 무림피앤피가 각각 제지 및 펄프값 인상 및 비용절감 등으로 현금창출력을 제고해 나간 덕분이다. 먼저 무림페이퍼의 올 1분기 개별 영업현금흐름은 6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양수(+)전환했다. 같은 기간 무림피앤피의 영업현금흐름 역시 30.3% 증가한 240억원을 기록, 금융비용 정도는 무난히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