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수주 호황으로 현대삼호중공업이 최고 수준의 체력을 비축했다.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은 HD현대중공업에 맞먹는 규모다. 

모회사 HD한국조선해양은 수익성 1등 자회사로 삼호중공업을 꼽았다. 여러 이유로 올 초 삼호중공업의 IPO(기업공개)가 불발됐지만, 예상 외의 약진으로 전화위복이 됐다. 

18일 삼호중공업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보유 현금및현금성자산은 8768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조선해양의 조선 3사 가운데 삼호중공업이 가장 많은 현금(단기금융상품 제외)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말 약 3800억원 수준이던 현금 보유고는 3개월 만에 두 배 가량 불었다.

현금 증대는 투자를 줄이거나 회사채 발행을 늘리는 방법으로 가능하다. 반면 삼호중공업은 오히려 회사채를 상환하면서 올해 1분기 중 재무활동으로 3386억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순이익 492억원인 삼호중공업이 8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창출한 것은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특히 '운전자본 관리와 선수금'이 꼽힌다. 삼호중공업은 매입채무를 늘리고 재고자산을 줄이는 것만으로 현금 약 3300억원을 유입시켰다.

선박을 수주하고 배를 만드는 동안 순차적으로 계약금이 들어오면 계약부채라는 계정으로 처리해둔다. 삼호중공업의 계약부채는 작년 말 1조4911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조9322억원으로 증가했다. 늘어난 계약부채 만큼 계산해 현금성자산에 반영했다.

한국조선해양이 꼽은 가장 전망이 밝은 자회사도 단연 삼호중공업이다. 질 좋은 일감을 가장 많이 따 놓았다는 게 그 이유다.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한국조선해양 측은 "LNG선 비중이 40% 이상으로 수주 잔고의 질이 좋다"며 "현대중공업은 수주한 카타르 물량이 아직 수익성이 낮고, 해양플랜트도 수익 구간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삼호중공업과 다른 자회사간 수익성 차이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현금성자산이 급격히 늘어난 삼호중공업의 체력은 현재 최상이다. 상장을 강행한다면 적기인 셈이다. 

다만 한국조선해양은 삼호중공업을 상장시킬 계획이 아직 없다. 올초 IPO 철회를 선언하고, 삼호중공업에 투자한 IMM PE에 원금에 매수청구대금 차액 450억원까지 얹어 투자금을 돌려줬다.

5년 동안 준비한 IPO인 만큼, 백기를 들면서 아쉬움도 컸다. 그러나 삼호중공업의 수익성 개선을 확인한 현 시점에선 구주매출을 포기한 게 오히려 한국조선해양에는 호재다.

자회사 순이익을 연결할 때 지배지분 순이익과 비지배지분 순이익을 구분한다. 한국조선해양은 IMM PE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15.15%를 인수해 삼호중공업 지분을 96%까지 확보했다.  

조선 3사 중 삼호중공업은 유일하게 순손익이 플러스인 곳인데다, 흑자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지분 확대에 따른 지배지분 순이익 증가 효과는 긍정적으로 분석된다.

배당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삼호중공업의 경우 그간 IMM PE에게 투자금 회수 차원에서 매년 52억원씩 꾸준히 배당해왔다. 향후 이익 배당의 대상은 최대주주인 한국조선해양이다. 현재 삼호중공업이 배당할 수 있는 미처분이익잉여금은 492억원이며, 활용도가 높은 적립금 역시 1조9733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도 삼호중공업의 배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고선가LNG 운반선의 매출 인식과 수주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가 크다"며 "잉여현금까지 감안하면 배당 개시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아직까지 삼호중공업의 확정된 배당 계획은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