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정승일 사장은 한전 나주 본사에서 열린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 대회' 직전 임원들과의 화상회의를 통해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018년 9월 한전 사장에 취임한 정 사장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인사라는 점과 임기 내 한전의 적자가 역대급으로 불어났다는 이유로 정치권 등에서 지속적인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정 사장은 1965년 서울 출생으로 경성고, 서울대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행시 33회로 동력자원부 법무담당관실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자원부 방사성폐기물과장, 반도체전기과장, 가스산업팀장 등을 거쳤다. 이후에도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 자유무역협정정책관, 무역투자실장, 에너지자원실장 등을 역임한 뒤 가스공사 사장을 맡으며 에너지 전문가로 평가받았다.

이날 한전은 역대급 적자를 기록한 것에 대한 자구안도 발표했다. 한전은 지난해 32조원의 영업적자와 24조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번 1분기에도 5조원 이상의 추가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정 사장이 취임한 해인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누적손실은 30조원에 달한다. 

발표에 따르면 한전은 오는 2026년까지 25조7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해 재무개선을 하기로 했다. 먼저 합산 가치가 조단위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는 서울 여의도 소재 남서울본부 건물 매각을 추진한다.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3개층 등 전국 10개 사옥을 외부에 임대해 수익을 내겠다고도 밝혔다. 

3급 이상 임직원 임금 동결도 진행한다. 한전은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10개의 자회사 2급(부장급) 이상 임직원 4436명 전체의 올해 임금 인상분을 반납하기로 했다. 3급(차장급) 4030명은 인상분의 절반을 반납한다. 이와 더불어 기존 인력 재배치를 비롯한 조직과 인력 효율화 조치 통해 신규 채용도 최대한 억제할 방침이다.

전력설비 건설 시기·규모 조정, 업무추진비를 비롯한 경상경비 절감, 전력시장제도 개선을 통한 구입전력비 축소 등을 통해서도 5조원 이상 자구 효과를 내겠다고도 전했다. 정부는 한전의 자구안과 실적 발표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르면 다음 주 월요일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1월 인상 폭인 킬로와트시(kWh) 당 13원의 절반 정도인 7원 인상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가스공사도 같은 날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15조4000억원 규모의 경영 혁신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스공사는 이를 위해 자회사인 가스기술공사를 포함해 2급 이상 임직원의 올해 임금 인상분을 전부 반납하기로 했다. 국내 가스수급에 영향이 없는 사업비 1조4000억원 집행을 연기하고, 프로농구단 등 각종 운영비도 절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