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지난해 정부가 KDB산업은행에 1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하면서 실탄 지원에 나선데 이어 올해도 정부의 '조 단위 지원'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도 한국전력의 대규모 손실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한전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지분법 손실 인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비율은 13.27%로, 전년동기(15.05%)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국내은행 평균(15.25%) 또한 밑돌았다. 

BIS비율이 하락한 이유는 금리 상승으로 유가증권 평가손실이 커져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큰 폭으로 감소해서다. 기본자본에 포함되는 산업은행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지난해 4조1855억원으로 전년(5조2891억원) 대비 20.87% 감소했다. 

특히 한국전력이 지난해 24조4199원에 달하는 대규모 순손실을 내면서 이익잉여금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산업은행의 이익잉여금은 7조3550억원으로 전년(14조2266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산업은행은 한국전력 지분 32.9%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산업은행은 개별재무제표에는 관계기업 실적이나 순자산 등을 원가법으로 적용해 손상차손을 반영하지 않는다. 이에 산업은행은 지난해 46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순이익의 35.43%을 정부에 배당할 수 있었다. 

반면 연결재무제표에는 지분법손실이 그대로 반영된다. 이를 반영한 지난해 산업은행 연결재무제표 순손실은 7조625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지난해 11월 "지분법상 한전의 1조원 손실은 산은 BIS비율을 6bp(1bp=0.01%p) 낮추는 효과가 있다"며 "21조원의 손실이 발생하면 BIS비율은 137bp 가량 떨어지게 된다. 약 33조원 규모의 기업 지원 역량을 낮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산업은행의 BIS비율이 하락할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지난해 산업은행 유상증자 규모는 1조2560억원에 달한다. 2월 3920억원, 7월 3080억원, 12월 5650억원 규모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의 적자가 이어지면서 정부의 세금만 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정책금융을 공급하는 기관으로,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높은 특수한 성격을 갖는다"며 "다만 정부와 당국이 민간은행에 대해서는 공적자금을 투입했다는 이유로 촘촘하게 관리하는 반면, 산업은행에는 돈을 쏟아붓는 건 명백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수혈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수준의 증자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전의 조 단위 적자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에 이미 산업은행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 4350억원 규모의 현물출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BIS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올해도 지난해 혹은 그 이상의 유상증자를 고려하고 있다"며 "산업은행이 정부 실탄지원과 상각형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자본적정성 비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