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기영 기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한창이 9개월째 전환사채(CB) 발행을 연기하고 있다. 현금 유동성이 악화한 가운데 자금조달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창은 90억원 규모 67회차 CB 납입일을 기존 20일에서 오는 28일로 연기했다. 사유는 단순 납입일정 변경에 따른 정정이다.

문제는 이번 납입일 연기가 무려 9개월간 이어졌다는 점이다. 납입일 연기도 8번째다. 한창은 지난해 7월 80억원 규모 67회차 CB 발행을 결정했다. 최초 발행 대상자는 최대주주인 매지움이었다. 매지움은 최승환 한창 대표가 지분 59.11%를 보유한 회사다. 메지움(지분 2.31%)은 특별관계자 에이치제이에프앤아이(2.58%)와 함께 이 회사 지분 5.17%를 보유 중이다.

그러나 매지움은 CB 납입을 8개월째 미루기만 하다가 지난달 발행 대상자를 애셔코퍼레이션으로 변경하고 발행 금액을 기존 80억원에서 90억원으로 늘렸다. 애셔코퍼레이션은 코스닥 상장사 광무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아울러 광무는 한창에 유상증자를 통해 9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유상증자 신규발행 예정주식수는 1363만여주로, 지분율 14.65%를 확보하게 된다.

애셔코퍼레이션이 CB와 유상증자를 모두 납입할 경우 한창 최대주주가 된다. 현재 한창 최대주주인 매지움은 지분율이 5%대에 그치지만, 한창 계열사인 한연개발이 보유한 한창 CB를 연명공시하고 있다. 해당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지분율 9.10%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 두 법인이 가진 지분과 한연개발 전환분을 모두 합하면 지분은 14%대 수준인된다. 다만 한연개발은 최대주주가 아닌 한창이 지분 78%를 보유한 계열사다.

한창이 최대주주 지위를 넘겨가면서까지 자금을 조달하려는 이유는 현금 유동성 위기 때문이다. 한창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개별 기준 6억원에 그친다. 연결 기준으로도 30억원 수준이다.

한창은 연결기준 매출액이 지난 2020년 252억원에서 지난해 893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영업손실은 2020년 11억원, 2021년 47억원에서 지난해 98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중단사업 손실 등이 반영되며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창의 당기순손실은 2020년 223억원, 2021년 282억원, 지난해 18억원을 기록했다. 매년 50억~60억원씩 발생하는 이자비용도 손실 발생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앞서 한창은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매각에 나선 바 있다. 지난해 12월 30억원에 인수했던 2차전자 장비제조업체 셀텍을 지난 3월 원가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처분 예정일자는 다음달 31일로 인수 약 5개월 만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에이트원 유상증자에 100억원을 투자하려고 했다가 이를 취소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창이 다른 법인을 인수하기로 했다가 취소하고, 인수 직후 재매각하는 등의 행보는 현금유동성 악화에 따른 자금난이 가시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창은 CB 납입일 지연에 대해 "사채 납입일정 변경으로 인한 것"이라고 공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