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새판짜기가 올해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시설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확보된 자금으로 기업 인수합병(M&A), 조인트벤처(JV) 설립 등 광폭 행보를 이어나갈 예정이 까닭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4567억원의 매출과 11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50.8%, 영업이익은 75.7%나 감소한 금액이다. 실적 전반이 이처럼 악화된 것은 코로나19 백신의 접종률 하락, 백신 위탁생산(CMO) 규모 축소 등의 영향이 컸다.

문제는 올해 역시 이 회사의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단 점이다. 독감백신 생산 재개와 자체 코로나 백신 코비원의 영국 승인에 따른 매출 발생이 예상되지만 이것 만으로는 반등이 쉽잖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올해 안에 실적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 보유 현금(1조4000억원)을 바탕삼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새판짜기에 나서고 있다. 

우선 현금을 활용해 회사는 대규모 시설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연구부터 상업 생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최첨단 R&PD(Global Research & Process Development Center, 이하 R&PD 센터) 센터 설립을 통해 기존의 비즈니스 영역을 고도화하고, 신규 감염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백신 생태계(Hub)를 조성할 계획이다. 여기에 투자되는 비용은 총 3257억원에 달한다.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월 관련 투자를 결정한 이후 곧바로 송도에 R&PD 부지를 확보했다"며 "이미 이달 들어 착공을 시작했으며, 2025년 상반기 완공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R&PD 센터를 중심으로 한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사업도 본격화 될 전망이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은 백신 수요가 높지만 인적∙물적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한 국가에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고도화된 R&D 및 생산 역량을 이식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현재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동남아 등 다양한 국가들에서 구체적 논의를 진행 중이며, 순차적으로 대상 국가를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C(D)MO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 설립도 추진된다. 파일럿 플랜트란 신규 공법이나 제품을 도입하기 전 건설하는 소규모의 시험적 설비를 의미한다. R&PD 센터의 파일럿 플랜트는 가장 까다로운 수준으로 평가받는 cGMP 수준의 생산시설로 설계돼 신규 백신 과제 또는 CDMO 사업에 적극 활용될 계획이다.

파일럿 플랜트에는 신성장 전략 중 하나인 CGT(세포유전자치료제), mRNA, 바이럴벡터(Viral Vector) 등 신규 연구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된다. 이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추진하기로 한 조인트벤처(JV), M&A 등 신규시장 진출 전략에 적극 활용될 예정이다.

또 다른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보유한 현금 1조4000억원을 토대로 조인트벤처 설립 또는 M&A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코로나를 계기로 확보한 역량에 더해 신규시장 진출로 지속가능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조인트벤처, M&A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된 바 없다"면서 "다양한 미래성장 전략을 통해 글로벌 빅파마와 경쟁하는 백신∙바이오 산업의 탑티어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