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국내 배터리 업계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세액공제 혜택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설비 투자 속도가 워낙 빨라 매출 효과를 볼 때까지 재무건전성을 양호하게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오는 26일 1분기 확정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 IRA 발효에 따른 세액공제 규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이 공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한 6332억원이다. 여기에는 IRA에 따른 AMPC 예상금액 1003억원을 반영했다. AMPC는 올해부터 미국 내에서 생산 및 판매한 배터리 셀·모듈에 일정액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셀은 킬로와트시(㎾h)당 35달러, 모듈은 10달러씩 받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북미 생산설비 구축을 강화하는 LG에너지솔루션이 본격적인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의 새액공제 규모를 올해 8000억원, 2024년 1조7000억원, 2025년 3조3000억원으로 향후 3년간 총 5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배터리 시장 전망은 미국의 세액공제 혜택, 수요 증가와 맞물리면서 우호적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글로벌 리튬 배터리 시장 규모를 31% 증가한 928기가와트시(GWh)로 예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배터리 업체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무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종일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국내 배터리 업체는 미국 IRA, 경쟁 심화 등에 따라 투자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며 "각국의 정책 변화 속에 투자 효과를 가시화할 때까지는 재무적 완충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앞으로도 재무적 대응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이익창출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필요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총차입금(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사채+장기차입금)은 생산설비 투자 확대로 2021년 6조9120억원에서 지난해 8조240억원으로 16%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장·단기 차입금이 모두 늘었다. 단기차입금은 1조1463억원에서 1조2440억원으로 977억원 증가했고, 장기차입금은 2조6628억원에서 3조6973억원으로 1조원 이상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10조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에 지난해 말 기준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11조4146억원으로 전년(8828억원)대비 크게 늘었다. 

다만 투자 실행 속도가 너무 빠르다. 지난해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6조2594억원으로, 이는 현금 6조원을 투자금에 쓴 셈이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6조원 수준으로 아직 우려할 단계는 아니지만 투자 속도를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는 노릇이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투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차입금이 늘었지만 재무위험성은 높지 않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생산설비 건설을 위한 투자 확대로 장단기 차입금이 늘었지만 현금성자산으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