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혜민 기자] 삼일제약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내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위탁생산(CMO) 공장에 5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이어가면서 유동성 압박이 커진 탓이다. 회사 측은 '원가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나갈 거란 입장이지만, 시장은 유동성 위기서 벗어나기 쉽잖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공장이 삼일제약의 캐시카우로 성장할지 의문스러운 상황에서 부채 상환 압박은 가중되고 있어서다. 

삼일제약은 지난해 연결기준 1797억원의 매출과 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33.8%, 영업이익은 904.8% 증가한 금액이다. 이 회사가 외형과 함께 내실까지 챙길 수 있었던 것은 주요 제품인 소화기관약 '포리부틴'과 녹내장 안약 '모노프로스트점안액' 등을 포함해 제품 판매량이 전반적으로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실적 개선에도 유동성 압박은 커지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삼일제약의 경우 금융권 등에 지급해야 할 이자비용(43억원)이 벌어들인 영업이익(40억원)보다 많은 상태며,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9억원에 불과한 까닭이다. 이에 채무상환 능력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의 경우 2021년과 마찬가지로 작년에도 0.94를 기록해 1미만이었고, 지급 능력 지표인 유동비율 역시 같은 기간 56.4%, 63%로 안정적으로 평가하는 100%에 못미쳤다. 

삼일제약의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진 이유는 지난해 11월 준공된 베트남 공장 투자 때문이다. 이 회사는 베트남 공장 설립을 위해 2018년부터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해 자금을 조달, 지금까지 5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에 왔다. 실제 지난 17일에도 베트남 공장 시설 투자를 위해 120억원의 CB를 발행했고, 지난해에도 발행된 전화사채 및 교환사채 중 90억원을 해당 시설에 사용했다. 이에 삼일제약이 올해도 재무지표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좀비(한계)기업으로 분류될 것이란 전망도 시장 일각서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삼일제약은 올해 수익성이 개선돼 유동성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단 입장이다. 베트남 공장 건립이 완료된 만큼 고정비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단 이유에서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에도 원가율이 낮은 제품의 판매가 대폭 늘어나 영업이익을 개선할 수 있었다"며 "베트남 공장 가동이 본격화 되고, 이 지역의 인건비가 국내 대비 20~25% 수준이니 만큼 올해는 고정비 부담 축소에 따른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삼일제약의 베트남 공장에서 안과 점안제를 생산할 예정인데, 해당 시장이 포화상태라 경쟁력을 제고하기 쉽잖을 것으로 내다봐서다.

시장 한 관계자는 "현재 안과 의약품 시장에서 점안제 시장은 포화 상태인 데다 CMO 공장 특성상 수주 계약을 지속적으로 따내기 위해선 영업을 활발히 해야 하는 만큼 수익을 제고하기가 쉽지 않다"며 "더욱이 점안제는 CMO를 통해 대규모 생산을 해도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품목이 아닌 터라 삼일제약의 기대처럼 고정비 부담도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일제약은 이에 대해 "자사의 경우 글로벌 파트너들과 파트너십을 꽤 맺고 있는 기업"이라며 "글로벌 제약사들도 아웃소싱을 통해 연구개발비를 비축하려는 니즈가 있어 베트남 공장 계약 체결에 대한 협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니 만큼 시장에서 우려하는 상황이 연출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