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신자산신탁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현금 및 예치금은 461억원으로 전년(1051억원)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겉보기엔 유동성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세부내역을 따져보면 반대다. 지난해 대신자산신탁이 보유한 현금 및 예치금 461억원 중 100억원은 바로 유동화가 힘든 장기성예금이다. 장기성예금은 예치기간이 최소 1년을 초과한다. 나머지 361억원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다.

반면 전년도인 2021년 현금 및 예치금은 105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많지만 이중 대부분인 950억원은 장기성예금이고 101억원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다. 현금성자산으로만 비교하면 1년 만에 260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전년도 대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급격히 개선됐다. 2021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315억원이었지만 지난해 643억원으로 3배 가까이 개선됐다. 나머지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359억원,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24억원으로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이를 만회한 셈이다. 

주식과 단기채권으로 구성된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도 늘었다. 지난해 대신자산신탁의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보유량은 673억원으로 전년도(456억원) 대비 217억원 늘었다.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이 늘어난 만큼 유동화 규모가 커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대신자산신탁은 지난 2월 21일 이사회를 열어 단기차입금 한도액을 200억원으로 신규 설정했다. 지난해 자본총계 1567억원의 12.7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차입 목적은 선제적인 자금 유동성 확보로 명시했다.

대신자산신탁이 설립 이후 단기차입금 한도를 설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신자산신탁은 부동산 침체기에도 관리형 토지신탁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왔다. 

재무건전성도 우수한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15%에 불과하며, 영업용순자본비율(NCR)도 1400%에 달한다.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NCR 150% 이상의 10배 가까운 수치다.

업계에서는 대신자산신탁의 이 같은 행보를 책임준공 관리형토지신탁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부족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한다. 대신자산신탁이 주력으로 삼는 책임준공 관리형토지신탁은 시공사가 책임준공의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신탁사가 이를 배상하는 구조다. 

대신자산신탁은 지난해 기준 총 48건의 프로젝트를 책임준공 관리형토지신탁으로 진행 중이다. 사업에 투입한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 한도금액은 1조7071억원이며, 투입액은 9308억원에 달한다.

대신자산신탁 관계자는 "회사 내부의 유동성 문제는 전혀 없는 상태"이며 "기존의 책임준공 토지신탁과 더불어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도 차츰 늘어나는 것에 대비해 미리 자금을 관리하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