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재아 기자] 작년 코웨이의 청정기 제품 생산량이 반토막났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해외 가전수요가 위축돼 생산량을 조절해야 했던 까닭이다. 이에 일부 해외법인의 경우 재고를 활용한 영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시장은 코웨이가 최근 해외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함에 따라 앞으로 보다 탄력적인 재고관리 능력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웨이의 작년 청정기 생산실적은 84만6863대로 전년 152만723대에서 44.3%(67만3860대) 감소했다. 인천, 포천, 유구 등 사업소에 위치한 청정기 생산라인을 1년 새 177만4106대에서 103만5834대로 41.6%(73만8272대) 줄인 결과다. 이에 공장가동률은 평년(▲2020년 80.5% ▲2021년 85.7% ▲2022년 81.8%)과 큰 차이가 없었음에도 생산량은 절반가량 줄었다.

생산량 감축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금리·환율 인상 등 글로벌 경기 침체와 코로나 특수 종료로 인해 해외 가전수요가 위축된 것과 무관치 않다. 말레이시아, 미국 등 주요 해외법인 자체는 현지 렌탈 마케팅이 통하면서 호실적을 거뒀지만 이들 시장에 공급하기 위해 국내서 새로 생산한 제품수는 줄였던 것이다.

이는 국내와 해외시장간 수급 구조 차이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주 단위로 판매계획을 세운 뒤 실시간 생산하면 되기에 리드타임이 짧고 유통 과정도 단순하다. 반면 해외는 ODM 수출방식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물류운송 비용을 따져 유통해야 하고, 재고를 통해 영업이 운영되는 경우도 있어 당해 공장가동률, 제품 생산량, 매출액 등이 반비례 현상을 보일 수밖에 없다.

2020년 하반기 신설된 베트남법인만 봐도 영업을 본격화할 때도 신규 생산 대신 재고물량이 빠져나갔다. 렌탈업은 일시불 결제가 아닌 리스로 관리되기 때문에 당장 영업을 위해선 제품을 미리 확보해두는 게 중요한데, 신설 법인에는 쌓아둔 재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코웨이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제품 수요 하락이 불가피했고 재고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려다 보니 신규 생산량이 줄었다"라며 "청정기는 부피도 크다보니 제품을 보관할 때 공간적인 문제도 따라, 생산량과 판매량을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선 이 같은 이유라면 코웨이가 앞으로 재고관리에 이전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 비즈니스 형태가 렌탈이기 때문에 시판 사업자에 비해 악성재고가 없는 편이나, 재고의 현금화 속도가 더딘 해외시장 확장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더욱이 국내시장에서도 점진적으로 온라인 등 시판 비중을 늘리는 추세기 때문이다.

실제 코웨이의 재고자산은 ▲2020년 1340억1400만원 ▲2021년 2349억5000만원 ▲2020년 2536억8400만원 순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재고자산회전율(횟수)은 같은 기간 24.2→15.6→15.2 순으로 하락 추세며, 재고자산평가손실은 15억3200만원→25억6800만원→79억700만원 순으로 증가하고 있다. 재고자산회전율은 재고상품이 현금화되는 속도를 의미하므로 코웨이의 경우 효율성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진 셈이다.

시장 한 관계자도 "회사마다 매출 수준이나 실제 판매 배수의 조건, 비즈니스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적정한 재고자산회전율을 명시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특정 회사 내에서 전년 대비 재고관리 능력이 이전에 비해 하락하고 있다면 재무건전성 유지를 위해 이를 관리해나갈 필요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