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와인 수입사 1호 상장에 도전하는 나라셀라가 기업공개(IPO) 초반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비교기업에 실적 격차가 큰 해외업체를 다수 선정해 몸값을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명품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도 포함한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업계 최초 상장사 타이틀에 도전한 주자들이 고전한 것을 반복하는 모양새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나라셀라는 오는 14~17일 이틀간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 일정상 주말이 겹쳤다. 총 공모주식수는 145만주(신주 123만2500주, 구주 21만7500주)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2만2000~2만6000원이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1416억~1674억원이다. 대표 주관사는 신영증권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1000억~2000억원대 시가총액을 목표로 하는 중소형 IPO 인기가 이어져 나라셀라의 증시 상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기업가치 책정 과정을 두고 이견이 있어 공모 흥행을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융당국과 투자자들이 업계 1호 상장 기업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점도 부담이다.

먼저, 나라셀라는 비교가치 평가법으로 주가수익비율(PER) 배수를 사용했다. 국내에서는 주력 사업인 와인 수입·유통 상장사가 없어 국내와 해외 두 그룹으로 구분해 비교기업을 선정했다. 국내에서는 하이트진로(18.65배)와 롯데칠성음료(11.88배)를 꼽았다. 해외에서는 페르노리카(21.49배)와 LVMH 모에 헤네시 루이비통(LVMH, 29.30배) 등 7곳이다.

나라셀라는 지난해 순이익 89억원에 비교기업 9곳 평균 PER 25.21배를 적용하고 주당 평가가액 3만1883원을 산출했다. 할인율은 18.45~31.00%를 반영했다. 일각에서는 마시 아그리콜라와 아드비니 등 해외 기업 PER이 30배를 웃돈다는 점에서 나라셀라가 의도적으로 몸값을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LVMH를 포함한 것도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LVMH는 명품 브랜드(루이비통)와 화장품 등에서 매출을 거둔다. 와인 사업도 영위하고 있으나 지난해 말 기준 매출 비중은 8.9%에 불과하다. 회사는 와인 수입·유통 사업이 명품 수입·유통과 비슷하고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투자자들이 이를 온전히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다.

과거 업계 1호 상장에 도전했던 주자들이 공모 과정에서 고전했던 것과 유사한 모습이다. 지난해 원스토어(앱마켓)와 쏘카(모빌리티)가 국내에서 비교기업을 찾기 어려워 해외업체를 선정했고 IPO 내내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다. 올해 철회신고서를 제출한 오아시스(새벽배송)와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엑셀러레이터)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나라셀라 입장에서는 지난해 코스닥 상장예비심사(예심) 청구 시점보다 목표 기업가치를 한 차례 낮춘 상태인 만큼, 아쉬움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당시 공모가 희망밴드 2만5000~2만8500원을 적어냈다. 최대 기업가치는 1846억원이었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와인 수입 상장사가 없어 해외에서 비교기업을 찾을 수밖에 없었던 데다 국내 업체보다 PER이 월등히 높아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굳이 LVMH를 포함해 잡음을 키우고 있어 혹여나 나라셀라의 공모 과정이 연기되거나 흥행에 실패할 경우 주관사 입장도 난처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