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일명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가 반도체 기업인 DB하이텍의 일부 지분을 매집했다. 최근 팹리스(반도체 설계사업) 분사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주주 행동주의에 나설 분위기도 엿보인다.

KCGI는 30일 투자목적회사인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의 지분 7.05%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KCGI는 DB하이텍 투자는 회사 경쟁력에 비해 기업가치가 극도로 저평가됐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CGI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최근 4년간 연평균 약 26%의 성장세를 보였을 뿐 아니라 지난해에는 46%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PER(주가수익비율)은 약 3.5배, EV/EBITDA(기업가치 대비 상각전 영업이익)은 1.3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KCGI는 DB하이텍의 물적분할 추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DB하이텍은 지난 29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팹리스를 자회사로 떼어내는 물적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KCGI는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경영진의 진취적인 의지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주 및 시장과의 소통 부족으로 소액주주들과 상당한 갈등이 초래돼 아쉽다"고 말했다.

기업분할은 시급을 다투는 일이 아닌 만큼 시간을 두고 충분한 협의와 설득과정을 거쳤어야 했다는 것이다. KCGI는 "주주총회에서 지배주주가 제외된 일반주주들만의 표결(MoM‧Majority Of MinorityMoM)을 통해 의사결정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DB하이텍이 밝힌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에 관해서는 향후 소각까지 이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KCGI는 견제와 감시를 위한 독립적인 의사회 설립도 요구했다. KCGI는 "일반주주들이 임명한 독립적인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선임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며 "정당한 주주권 행사를 위한 합리적인 제도인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B하이텍의 경영진이 투자자의 주주권 보호와 거버넌스 개선에 앞장서 준다면 경영진의 동반자이자 우호세력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DB하이텍이 선진적인 기업 거버넌스의 모범사례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