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메리츠증권이 리테일(소매금융) 사업 확대를 위해 상장지수증권(ETN)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29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영업순이익 가운데 리테일 비중은 매년 10% 안팎을 나타내고 있다. 여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리테일 사업 비중이 평균 50% 수준이다. 그간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한 투자은행(IB) 부문에 방점을 두면서 증권업계 리테일 시장에서 부각을 드러내지 못한 상태다.

메리츠증권은 리테일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 ETN 상품에 힘을 주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ETN 상품을 선보이기 시작한 메리츠증권은 지난해까지 2년 간 62개에 달하는 ETN 상품을 발행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같은기간 2년 연속 ETN 상품 발행 1위를 달리기도 했다. 메리츠증권은 현재 ETN 시장 점유율 8% 대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 최초 ETN 상품도 대거 출시했다. 지난 2021년 6월 ETN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후 유럽 탄소배출권, 천연가스, 금·은, 대표 농산물 3종, 미국채 30년 등 국내 최초 ETN 상품들을 출시했다. 특히 채권형 상품을 통한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ETN 시장에 상장된 38종 채권형 ETN 중 상위 36종이 메리츠증권에서 상장한 ETN이다.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3배 레버리지 상품으로 상장한 '메리츠 3X 레버리지 국채 30년 ETN'은 1개월만에 지표가치총액이 300억원을 넘어서면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ETN은 상장지수펀드(ETF)처럼 기초지수 수익률과 연동하는 파생결합증권이다. ETF와는 달리 증권사가 발행하고 만기가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증권사의 신용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관련 요건을 충족해야만 발행될 수 있다. 증권사의 ETN 발행 자격은 자기자본 5000억원 이상, 순자본비율 150%, 신용등급 AA- 이상 등이다. 지난해부터 가격변동성이 급변했던 원유·천연가스와 같은 원자재 상품뿐만 아니라 국내외 시장 대표지수, 채권 등 다양한 ETN 상품들이 출시되면서 빠른 속도로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다.

다만 아직까지 ETN 시장은 개인투자자에게는 생소한 투자상품으로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ETF 시장과 비교하면 시장 규모가 미흡한 편이다. ETF는 올해 1월 31일 기준 순자산총액이 86조원으로, 지난 2002년 4개 종목 3444억원으로 시작해 연평균 30% 넘게 성장해왔다. 그에 반해 ETN은 지표가치 총액 10조2995억원에 그쳐 ETF와 비교해 약 8분의1 수준이다. 메리츠증권은 ETN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개인투자자들이 보다 쉽게 ETN에 대해 이해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유튜브 공식 채널도 운영 중이다.

메리츠증권은 리테일 지점망과 인력이 적어 리테일 사업 시장지위가 낮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비즈니스와 마케팅에도 주력하고 있다. Sales & Trading(S&T) 부문을 총괄하는 장원재 사장이 신설된 디지털플랫폼 본부의 본부장을 겸직하면서 리테일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신규 서비스나 상품 출시에 맞춰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유튜브 채널에서는 브랜드 광고를 비롯해 메리츠증권 직원들이 직접 출연해 진행하는 투자 강의도 주기적으로 업로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보다 다양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ETN 판매잔고 와 일간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내 최초 ETN 상품들을 출시하고 유튜브를 통해 ETN에 대한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여 시장을 확장시키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