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LG이노텍의 카메라 모듈 재고 적체 현상이 서서히 해소되고 있다. LG이노텍의 주요 고객사인 애플 아이폰의 중국 생산 거점이 지난해 말부터 생산을 재개한 영향이다. 다만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실적은 오히려 악화되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LG이노텍의 재고자산 잔액은 1조9788억원으로 전기대비 18.69% 감소했다. LG이노텍 재고자산 잔액은 지난해 1분기 말 1조6726억원에서 2분기 말 1조4328억원으로 소폭 줄더니 3분기 말 2조3485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LG이노텍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카메라 모듈 재고 적체가 주원인이었다. 

지난해 말 광학솔루션사업부 재고자산 잔액은 1조5693억원으로 전기대비 22.63% 줄었다. 카메라 모듈 재고가 줄어든 건 애플향 매출이 늘어나면서다. LG이노텍은 지난해 3분기 차세대 아이폰 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원재료 등 재고자산을 대거 비축했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아이폰 최대 생산기업 폭스콘 중국 내 공장을 폐쇄하면서 아이폰14 시리즈 매출은 더디게 증가했다. 이에 카메라 모듈 등 아이폰에 탑재되는 여러 부품의 매출 역시 부진했다.

이 결과 지난해 3분기 LG이노텍의 카메라 모듈 재고자산 잔액은 거의 2조원에 육박했다. 중국 공장 폐쇄가 언제 풀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공장 가동률을 평년수준으로 유지해 재고가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재고자산 잔액이 줄어들기 시작한 건 지난해 12월 폭스콘 공장이 재가동되면서다. 세트업체 수주가 일어나면서 지난해 4분기 재공품‧원재료 재고 잔액은 전기대비 절반 넘게 줄었다.

재고자산회전율을 보면 재고자산이 매출로 연결되는 속도가 빨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재고자산회전율은 매출액을 재고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지난해 4분기 말 재고자산회전율도 10.2회를 기록했다. 대략 34.8일이면 재고자산을 모두 털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3분기 재고자산회전율과 재고자산회전일수는 8.0회, 45.6일을 기록했었다. 

그러나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실적 부진은 면치 못했다. 지난해 4분기 광학솔루션사업부 누적 매출은 15조9650억원으로 전기대비 54.53% 늘었다. 반면 관련 부서 영업이익은 5.20% 감소한 8770억원에 머물렀다. 

카메라 모듈에 탑재되는 주요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까닭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카메라 모듈의 주 원재료인 이미지센서 평균가격은 전년대비 42.1% 상승했다. 모바일 카메라의 손 떨림을 보정해주는 베이스코일모터(VCM) 액츄에이터 가격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지난해 광학솔루션사업부의 전체 원재료 매입 비용은 전년대비 49.70% 증가한 13조71억원으로 집계됐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광학솔루션사업부 매출이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카메라 모듈 판가보다 카메라 모듈 부품 판가가 더 크게 상승하면서 신형 카메라 모듈의 부가가치는 부품 업체가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