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오너3세'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가 올해 숨가쁜 행보를 예고했다. 이 대표는 최근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둘러싼 노사갈등까지 가까스로 봉합했지만 올해 또 다시 신약개발 등 성장동력 발굴이라는 과제를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약품은 최근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티씨노바이오)와 SI 투자 및 신약공동 연구 개발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약품은 이번 협약 체결을 계기로 티씨노바이오와의 신약 공동 연구 개발을 진행, KRAS변이 암 치료제 전임상 후보 물질을 도출할 예정이다.

티씨노바이오는 ULK1(유전자에 의해 암호화되는 효소) 저해제 개발을 통해 다양한 KRAS 변이 암 치료제의 효능 평가 플랫폼을 구축해 놓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RAS 경로에 관여하는 다양한 기전의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이상준 대표는 "티씨노바이오와 KRAS 변이 암 치료제 공동 개발 파트너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각사의 장점이 신약 개발 연구에 더욱 시너지 효과로 작용할 것"이라며 "나아가 항암제 후보 물질을 개발하는데 좋은 성공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현대약품의 행보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현대약품은 식이음료 '미에로화이바'와 탈모치료제로 쓰이는 '마이녹실' 등 간판 제품을 앞세워 호실적을 달성했지만 새로운 캐시카우 발굴에서만큼은 역부족이란 평가를 받아왔단 까닭에서다. 현대약품은 이 대표가 경영에 참여한지 2년 여만인 지난해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1627억원의 매출액(11월결산)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6.4%나 증가한 것이다. 영업이익도 80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같은 호실적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R&D 비용을 줄인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약품이  연구개발비로 지출한 금액은 84억원 수준에 그쳤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율도 2020년 7.24%에서 5.15%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현대약품은 호실적을 달성하고도 시장에서의 평가는 다소 부정적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지난달 주총에서 "올해는 엔데믹 전환에 따른 사업 확장 및 신약 임상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 나갈 수 있는 해가 될 것"이라며 "부가 가치 창출을 위한 중점품목의 집중 육성, 신약 개발, 신제품 확보, 인재육성 등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과 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설상가상 지난해 발발한 임단협을 둘러싼 노조와의 갈등으로 촉발된 어수선한 분위도 수습해야 한다. 현대약품과 노조는 지난해 10월 임단협 교섭이 결렬되며 위기를 맞았으나, 지난달 가까스로 임금 인상 등 합의에 다다르며 봉합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도 비록 급한 불은 껐지만 이 대표가 당분간 내부 단속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상준 대표체제가 자리를 잡은 이후 노사갈등 봉합은 물론 지난해 최대 매출에 성공하면서 경영능력을 입증했다"며 "추후 연구개발 역량 또한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