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OCI가 우여곡절 끝에 인적분할 안건을 가결시켰다. 높은 관심을 받았던 분할 안건은 표결에 부쳐지지 않고 주주들의 동의로 통과됐다. 백우석 OCI 회장은 주총내내 안건이 통과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인지 자신감이 넘쳤다. 

다만 인적분할이 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는 '자사주의 마법'을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던 만큼 주주들의 마음을 달래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OCI는 22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을 의결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OCI는 이사회를 열고 화학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하고 지주사 체재로 전환하기로 했다. 

지주사 전환 발표 이후 일부 소액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일명 '자사주의 마법'으로 인해 인적분할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반면 기존 소액주주 지분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 세계 1위 의결권자문사인 ISS와 국내 대표 의결권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도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분할 안건이 통과될지 예측이 어려웠다. 

실제로 주총장에는 다소 썰렁했던 예년과 달리 주주 70여명이 참석하며 분할 안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소액주주들의 반대 의견은 전자투표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 전날까지 진행한 전자투표 결과, 찬성 79.8%(1071만7178주)로 안건은 가결됐지만 반대도 20.1%(270만3897주)에 달해 불만을 드러낸 주주가 적지 않았다. 

이날 발언 기회를 얻은 소액주주들은 인적분할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 소액주주는 "오늘 주총장에 참석한 주주 대부분은 분할계획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들은 분할 계획서 안건에 대한 현장 표결을 요구했다. 질의응답도 길어져 주총은 2시간 넘게 걸렸다. 백 회장은 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눈길을 끈 건 주총장 분위기와 상반된 백 회장의 자신감이었다. 주총에서 백 회장은 "그동안 단 한 번도 표결로 안건을 처리한 적이 없었다"며 "충분한 토론을 거쳐 결정하자"고 강조했다. 

그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주주들의 표결 요구가 계속되자 백 회장은 논의를 위해 5분간 휴회했다. 주총이 속개되자 그는 "전자투표에서 분할 안건이 79.8% 찬성으로 가결됐고 지금 표결을 진행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OCI 측은 주주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주총에서 행사할 의결권을 위임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투표 결과가 밝혀지자 현장에 있던 주주들은 더 이상 반대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고, 분할 안건은 그대로 통과됐다.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OCI는 오는 5월1일 존속법인 지주사 'OCI홀딩스'와 신설법인 화학회사 'OCI'로 분리된다. 다만 이번 분할에 대해 소액주주들의 반대가 적지 않았던 만큼 경영 효율성 극대화, 화학 분야의 신규 성장동력 발굴, 주주가치 제고는 OCI가 짊어져야 할 과제다. 

OCI는 향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OCI홀딩스의 잉여현금흐름 30% 이상을 배당하고, 지주사 전환이 끝나면 보유한 자사주를 연내 소각할 계획이다. 비경상적 이익이 발생하면 자사주를 취득하거나 소각해 추가적인 주주환원도 실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