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나연 기자] 주말 사이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가 사그라드는 소식이 발표됐습니다. 19일(현지시간) UBS는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UBS의 크레디트스위스 인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규모가 큰 은행 간 인수합병 딜입니다. 라이벌 은행이었던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하면서 UBS는 스위스를 대표하는 은행으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게 됐습니다.

계약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UBS는 주식교환 방식으로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총 인수가격은 30억 스위스프랑(32억 5000만 달러)으로, 지난 17일 종가 기준 크레디트스위스의 시가총액인 74억 스위스프랑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입니다. 크레디트스위스 주주는 22.48주당 UBS 주식 1주를 받게 됩니다. 크레디트스위스 주식 한 주당 0.76스위스프랑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일견 UBS가 위기를 기회로 라이벌을 싼 가격에 사들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 인수합병은 금융 시스템 전반에 닥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방책이었다는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주요 20개국(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선정하는 '글로벌 시스템에 중요한 은행(G-SIB)' 30곳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국제적으로 영업하며 여러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대형 은행이 G-SIB로 꼽힙니다. 이처럼 금융 시스템에 중요한 글로벌 금융기관이 도산할 경우, 세계 금융시장 전반에 어마어마한 충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위스 금융 당국이 UBS와 크레디트스위스 간 인수합병 계약을 발 빠르게 추진한 이유는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빨리 회복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잇단 투자 실패와 '돈 세탁' 혐의 등 부패 스캔들로 막대한 손실을 기록한 크레디트스위스는 '신뢰의 위기(crisis of confidence)'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크레디트스위스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스위스 중앙은행(SNB)으로부터 500억 스위스프랑을 차입했음에도, 주가가 자유낙하하는 것을 막지 못했을 정도죠. 고객과 채권자, 투자자 모두에게 신뢰를 잃었다는 사실이 명백해진 것이죠. 이에 대해 스위스의 금융감독청(FINMA)은 "크레디트스위스가 파산하지 않더라도 유동성 위기를 맞이할 위기에 처해 있었기에 국제 금융 시장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기 이전에 당국이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UBS의 크레디트스위스 인수는 금융 시스템에 번진 불을 진화할 수 있을까요? 우선 스위스 정부는 크레디트스위스로 UBS가 입을 손해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스위스 정부는 UBS가 입을 잠재적 손실에 대한 보상(guarantee)으로 90억 스위스프랑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스위스 국립은행 또한 1000억 스위스프랑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SVB가 일으킨 나비효과로 도산 위기에 직면하게 된 크레디트스위스. 167년 동안 대형은행으로서 자리를 지켜온 크레디트스위스는 UBS에 인수되면서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정부의 중재로 크레디트스위스발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는데요. 이 조치로 UBS마저 위기에 봉착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