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우리자산운용의 새 수장으로 남기천 전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가 낙점된 배경에 시선이 모아진다. 남 대표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대체투자 보다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가 될 증권업에서 본인의 가치를 입증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남 대표는 이달 열릴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부터 우리자산운용 CEO(최고경영자)로서 업무에 돌입할 예정이다.

남 대표는 20년 넘게 증권사, 운용사 등에 몸 담은 자타공인 대체투자 전문가다. 미래에셋증권에 흡수합병된 대우증권 출신으로 런던법인장, 딜링룸 부서장, 대체투자본부장 등을 거쳤다. 2016년에는 대표이사로서 멀티에셋자산운용을 5년여간 이끌었다. 최고 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총괄, 경영자문 자격으로 멀티에셋운용을 측면 지원했다. 멀티에셋운용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모기업(100%)으로 두고 있는 대체투자에 특화된 운용사다.

대체투자에 강점을 가진 남 대표가 우리자산운용의 새 사령탑으로 내정된 배경에 시선이 쏠린다. 우리자산운용은 남 대표가 몸 담았던 이전 하우스들과는 달리 대체투자와 거리가 먼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자산운용 부문을 투트랙으로 나눠 영위하고 있다.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의 영역은 우리자산운용에 맡기고 있으며, 대체투자는 또 다른 계열사인 우리글로벌자산운용에서 사실상 전담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2019년 M&A(인수합병)로 자산운용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때부터 이원화 전략을 펼쳤다. 당해 동양생명 산하에 있던 동양자산운용을 인수해 오늘날의 우리자산운용으로 탈바꿈 시켰다. 또 같은해 독일계인 ABL글로벌자산운용을 모태로 삼아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을 설립했다. 우리운용에서 대체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극미한 이유다. 10일 기준, 우리운용의 대체투자(부동산‧특별‧혼합자산) 규모는 3조1176억원으로 31조8071억원에 달하는 전체 운용자산(AUM) 가운데 9.8% 가량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남 대표가 우리금융지주 수장인 '임종룡 호(號)'에 승선하게 된 건 향후 그룹사의 신사업 진출을 염두한 인사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그룹의 증권업 진출을 시간문제로 여기고 있는 분위기다. 4대 금융 지주(하나‧신한‧KB‧우리) 가운데 우리금융그룹이 유일하게 증권 계열사를 두지 않고 있는 만큼 증권사 인수를 필연으로 여기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차원에서도 증권업을 새 먹거리로 낙점했다는 사실을 애써 감추지 않고 있다. 최근 우리자산운용을 포함해 총 9개 자회사의 수장을 물갈이한 우리금융지주는 이번 인사를 '증권사 인수 등 비은행 강화전략'에 맞춰 실시했다고 공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남 대표가 우리자산운용 사령탑으로 발탁된 건 어디까지나 증권업 커리어 덕분이란 얘기가 있다"며 "우리금융지주가 향후 새롭게 편입할 증권사와 우리자산운용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증권업에 밝은 남 대표를 발탁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우리자산운용 관계자는 "지주사에 언급한 대로 신임 CEO로 내정된 남기천 대표는 향후 증권사와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