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 농협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발급 계약이 얼마 남지 않았다. 빗썸은 농협은행 외에 타 은행과 제휴도 논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빗썸과 농협은행의 실명계좌 계약 기간은 오는 24일까지다. 일부 매체를 통해 빗썸이 농협은행과 재계약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빗썸 측에 따르면 아직 계약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14일 빗썸은 딜사이트에 "농협은행과 계약 연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라며 "최종 계약이 확정돼야 저희는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최근 카카오뱅크,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과 계좌 발급 계약 논의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에 대해서는 "특정 은행 논의 설에 대해서는 별도 입장이 없다"라면서도 "(농협과의) 계약 연장 또는 타 은행으로의 교체 중 하나로 계약 검토가 원활히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농협은행 외에 다른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 받을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또, "실명계좌가 발급되지 않을 가능성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빗썸 측은 새롭게 논의 중인 은행이 어느 곳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뱅크 측은 계좌 발급 논의를 한 적이 없다며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카카오뱅크와 빗썸 실무진들이 만나 논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담당자도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최종적으로는 코인원과 진행하게 됐지만, 올해도 여전히 양 사 실무진 사이의 미팅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부터 또 다른 거래소 코인원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고 있다. 법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원활한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한 거래소 당 한 개 은행과 계약하는 것이 원칙으로 굳어져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가 두 개 거래소와 계약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빗썸이 타 은행과의 제휴를 노리는 이유는 시장점유율과 거래량을 동시에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빗썸의 시장 점유율은 10% 내외로 80% 이상인 업비트에 비해 크게 뒤쳐진다. 업계에서는 빗썸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타 은행과 계좌 발급 계약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은 가상자산 거래 목적일 경우 계좌 개설 자체가 어려운 데다, 한도 제한을 해지하기 전까지는 하루 100만원까지 밖에 이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비트는 IBK기업은행과 계약을 끝내고 케이뱅크로 전환한 후 급격히 회원수와 거래량이 늘기 시작했다. 코인원 역시 지난해 농협을 떠나 카카오뱅크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은 후 일주일간 평균 신규가입자 수가 사전등록 기간 수치보다 177%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빗썸 역시 같은 전략으로 다수 시중은행과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타 은행과 제휴를 맺는다고 해도 곧바로 농협과 계약을 끝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상적으로 거래소가 새 은행과 제휴를 맺기 위해 기술적으로 연동을 하는 작업은 5개월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은행과 계좌 발급을 진행한다고 해도 일단은 농협과 재계약을 하는 것은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1거래소 1은행'이라는 것은 일종의 그림자 규제다. 카카오뱅크가 두 대형 거래소와 손을 잡는 것에 대해 금융당국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들었다. 당장 농협과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