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애경산업이 지난해 인수한 화장품 업체 '원씽(ONE TING)'의 영업권을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PPA(기업인수가격배분) 작업을 통해 130억원에 달하는 영업권을 산업재산권 등의 다른 무형자산으로 전환한 것. 이에 애경산업은 향후 수년에 걸쳐 PPA 상각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원씽 이사회에 구원투수를 대거 투입해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5월 스킨케어 브랜드 '원씽' 지분 70%를 14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이후 애경산업은 2분기 보고서를 통해 원씽에 대한 영업권을 인수 금액 중 92%에 해당하는 130억원으로 처리하며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영업권은 인수합병(M&A)에서 피인수사의 순자산가치 외에 영업노하우나 브랜드 가치 등을 고려해 지불한 웃돈이기 때문이다.

작년 말 애경산업은 PPA를 진행했고 당초 영업권으로 처리한 130억원 중 31억원 가량을 다른 무형자산으로 분류했다. 문제는 PPA로 다른 무형자산으로 전환된 금액은 상각 후 회계상 영업비용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애경산업이 원씽의 미래 가치로 지불한 92%의 프리미엄이 향후 PPA 상각을 통해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원씽의 지난해 수익성이 악화됐단 점에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8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9.1% 늘었지만, 순이익은 5억원으로 61.5%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물류비, 원재료 가격 상승 등 고정비 부담이 커진 데다 온라인 경쟁 심화로 지속적인 할인 마케팅을 전개한 결과로 추정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애경산업도 이러한 악재를 예견해 왔고, 원씽에 자사 주요 인사들을 전진배치하며 변화를 꾀하는 모습을 보여왔단 점이다. 당초 원씽은 창업자인 최유미·배우주 대표만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었으나, 작년 5월 임재영 애경산업 대표와 선보경 애경산업 화장품사업부 총괄(전무)이 기타비상무이사에, 박진우 애경산업 미래전략실 총괄이 감사에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올 초에도 김상준 애경산업 경영지원부문 총괄(전무)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원씽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김상준 전무는 코웨이, 유니레버 카버코리아등을 거치며 20년 이상의 재무 경력을 쌓아온 '재무통'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이에 시장에선 그의 이사회 합류로 원씽의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원씽은 애경의 첫 인수합병(M&A)인 만큼 성과가 중요할 것"이라며 "이사회에 애경 인물들을 배치해 시너지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재무지표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원씽은 온라인 기반인 만큼 해외 사업에 큰 비용이 들진 않지만 고객과의 접점이 부족해 사업 확장엔 한계가 있다"며 "이사회에 애경산업 인물을 투입한 것도 내부 파악 및 수익성 개선을 위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애경산업이 90%가 넘는 웃돈을 주고 인수한 만큼 향후 무형자산 상각이나 영업권 손상차손 우려도 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애경산업 관계자는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원씽의 제품 및 사업 전략 등에 대해 파악하는 차원에서 이사회에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