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두산에너빌리티에 따르면 '선배당액·후배당일' 관련 내용을 삽입한 정관을 올해 3월 주총 결의안으로 올렸다. 이는 금융위, 법무부 등이 추진하는 '배당 절차 개선방안'의 후속 조치다. 

두산에너빌리티 뿐만 아니라 두산, 두산퓨얼셀 등 그룹 내 상장 계열사는 동일하게 "이 회사는 이사회 결의로 제1항의 배당을 받을 주주를 확정하기 위한 기준일을 정할 수 있으며, 기준일을 정한 경우 그 기준일의 2주 전에 이를 공고해야 한다"라는 내용을 정관에 넣을 예정이다. 

다만 배당 절차 개정은 어디까지나 권고안으로 필요에 따라 도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그간 두산에너빌리티는 배당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주주환원을 피했기 때문에 이번 정관 개정은 이례적으로 비춰진다. 실제 지난 2016년 결산일을 끝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8년, 2019년에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자에 대한 배당만 했다. 

2022년 결산 때도 무배당 기조를 유지했다. 작년 별도 기준으로만 1조20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이 발생했다. 영입이익만 보면 853억원 흑자인데, 약 1조2900억원의 영업외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작년에 발생한 1조248억원의 결손금을 처리하기 위해 주식발행초과금까지 끌어쓰는 상황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깜깜이 배당' 없애기에 합류한 것은 주주에게 배당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단 의미다. 정관 개정에 따라 배당 받을 주주를 확정하기 전 주총에서 배당금을 먼저 공개하기 때문에 주주들은 배당 여부를 투자 지표로 삼을 수 있다. 

배당 기조가 달라진다면, 우선 조건은 '당기순이익'이다. 주식발행초과금으로 결손금을 처리할 예정이기 때문에 올해부터 순이익이 발생하는 족족 배당 가능 이익으로 쌓이게 된다.

일단 올해 수주 실적은 양호할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 대형원전 수주 없이도 7조6000억원의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는 원자력 수주 3조1325억원, 해외 EPC 1조8500억원 등 총 8조6000억원 규모의 수주가 예상된다. 신재생, 대형원전 등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이익이 둔화할 수 있으나, 올해 영업이익 2200억원이 전망된다.

이익 개선세가 뚜렷한 두산밥캣에서 수취하는 배당금도 기대 요인 중 하나다. 두산밥캣은 분기 배당까지 포함해 작년 두산에너빌리티에 총 921억원을 지급했다. 전성기 시절 두산에너빌리티가 지급한 총 배당금은 668억원이다. 두산밥캣이 작년 만큼만 배당을 해도 두산에너빌리티는 배당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매 사업연도 종료 후 상법상 배당가능이익과 주식의 시장가치 및 동종 업체의 배당규모, 당사 현금흐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정한 배당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