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기영 기자] 젠큐릭스가 추진 중인 유상증자 모집금액이 최근 주가하락 여파로 계획보다 최소 30% 줄었다. 앞서 발행한 전환사채(CB) 풋옵션 행사 기간을 앞두고 자금조달에 지장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유상증자 청약이 미달한다면 주관 증권사가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젠큐릭스는 지난 1월 결정한 647만주 규모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 1차 발행가액을 3060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예정발행가액 4325원보다 30% 가량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공모 금액도 기존 280억원에서 198억원으로 줄었다.

젠큐릭스는 다음달 7일 2차 공모가액을 산정한 후 같은 달 10일 최종 발행가액을 공고한다. 최종 발행가액은 1, 2차 공모가액 중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이후 주가 흐름이 상승 전환하더라도 최고 공모금액은 198억원이 된다. 젠큐릭스는 이번 유상증자에 25%에 달하는 할인율을 적용했지만, 꾸준한 주가 하락에 공모자금 역시 쪼그라 들었다.

유상증자에서 새롭게 발행되는 주식수는 현재 주식 총수(666만여주) 대비 97% 수준이다. 산술적으로 주식수가 2배로 늘어나면 주당가치(주가)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할인율을 노린 차익시현 매물에 따른 오버행(공급과잉) 우려도 동반한다. 이런 우려에도 자금조달을 강행한 것은 앞서 발행한 CB 때문으로 보인다.

젠큐릭스는 지난 2021년 180억원 규모 5회차 CB를 발행했다. 문제는 전환가액이다. CB 전환가액 조정한도는 발행가의 80%로 2만50원이다. 현재 주가가 5000원 수준이란 점을 고려하면 전환청구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5회차 CB 풋옵션 행사(조기 상환 청구권)는 오는 6월부터 가능하다. 젠큐릭스가 감당해야 할 조기상환 자금은 매도청구권(콜옵션)이 설정된 63억원을 제외한 약 117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젠큐릭스는 이번 유상증자로 모집한 자금 중 100억원을 CB 상환 자금으로 책정했다. CB 상환 자금은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단기차입 예정인 30억원(1순위) 상환에 이은 2순위 자금 사용처다. 그러나 1차 발행가액 확정으로 공모자금이 줄어들자, CB 상환자금을 60억원으로 줄여 잡았다.

모자란 자금은 회사 현금성자산을 총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젠큐릭스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88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부터 상환 직전까지 당기순손실이 발생해 부족분이 생길 경우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할 수 있다. 

유상증자 청약이 부진할 경우 최대주주 변경 가능성도 있다. 젠큐릭스는 유상증자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잔액인수 계약을 체결해서다. 기존 주주와 일반 공모가 모두 미진할 경우 주관사가 잔량을 모두 매입한다. 이번 유상증자 물량이 발행주식 총수에 버금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악의 경우 주관사가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엔지켐생명과학의 경우 KB증권과 총액인수 계약을 맺고 유상증자를 추진했다가 청약이 저조해, 일시적으로 KB증권을 최대주주로 맞이한 바 있다. 현행법(금산분리)상 증권사의 자회사 소유는 금지됐다. 결국 KB증권은 여러 운용사 등에 해당 지분을 급하게 매각했다. 해당 물량은 결국 시장에 나왔고 주가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젠큐릭스는 풋옵션 행사에 대해 "현재 당사 주가는 CB 전환가격을 하회하고 있어 향후에 조기상환청구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향후 주가 상승이 예상돼 조기상환청구가 행사되지 않고 전환권 행사가 이루어 진다면 연구개발 및 기타운영경비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