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L생명 매각
건전성 업계 하위권…정상화 갈길 멀어
②지급여력비율 업계 평균 하회…수익성 확보 과제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0일 11시 2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BL생명 본사. (제공=ABL생명)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ABL생명 인수전에 다수의 원매자들이 등장해 매각 성사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다만 생명보험 업황 전망이 밝지 않은데다 ABL생명의 건전성 및 영업 경쟁력 등이 업계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탓에 매력도가 떨어지는 매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평균 이하의 지급여력비율과 하위권 수준의 수익성 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 평균 이하 지급여력비율…원매자 추가 자금부담↑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새 지급여력(K-ICS) 방식으로 산출한 ABL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111.4%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의 경과조치를 적용한 지급여력비율은 163.6%로 업계 평균인 219.5%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지급여력비율이란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다.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서 구한다. 올해부터 지급여력비율 산출 기준이 기존 RBC(Risk Based Capital) 방식에서 K-ICS(Korean-Insurance Capital Standard) 방식으로 변경됐다. 제도 변경의 결과 지급여력비울 산출시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고 전에는 인식하지 않던 위험을 추가로 인식하게 됐다. 새로운 위험이 추가된 데 따라 요구자본이 증가하고, 보험사들은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기 위한 자본확충 부담이 커졌다. 금융당국에서는 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과조치를 통해 변경된 기준을 점진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보험업법에서는 100% 이상의 지급여력비율을 유지해야 한다고 규제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권고사항으로 이보다 높은 150%를 제시하고 있다. ABL생명은 경과조치 덕분에 금융당국 권고치를 충족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경과조치 이후 생보업계 평균을 한참 밑돈다. 1분기 말 경과조지 적용 전 ABL생명의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은 1조2833억원, 지급여력금액은 1조4292억원이었다. 경과조치의 도움 없이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5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 평균치까지 끌어올리려면 무려 1조원이 필요한 셈이다.


ABL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200%대에 이르며 우수한 편에 속했다. 최근 3년 ABL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2020년 209.9% ▲2021년 232.0% ▲2022년 198.6%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RBC 대신 K-ICS가 도입되면서 ABL생명의 건전성은 급격히 나빠졌다. 3월말 K-ICS비율(111.5%)을 지난해 말 기존 RBC비율(198.6%)과 비교하면 3개월 만에 무려 87.2%포인트(p) 하락했다.


◆ 저축성 보험 중심 포트폴리오…IFRS17 도입 직격탄


K-ICS와 함께 도입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영향으로 건전성 지표 외에 ABL생명의 수익성 지표 역시 상대적으로 악화했다. 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업계는 전반적으로 수익성 개선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ABL생명의 경우 제도변경에 따른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수익성지표인 자산이익률(ROA)을 살펴보면 올해 1분기 생보업계 평균 ROA는 1.28%다. 지난해 1분기 0.47%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ABL생명의 경우 지난해 1분기 0.16%였던 ROA가 올해 1분기에는 0.24%로 높아졌다. 상승 폭은 0.08%포인트(p)에 불과하다. 이처럼 ABL생명이 신제도 도입 이후 건전성이 악화되고 경쟁사 대비 수익성 개선 효과를 누리지 못한 것은 저축성 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에 기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저축성보험은 만기가 돌아왔을 때 약정 이자를 더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만기에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은 모두 부채로 잡힌다. 이는 지급여력비율의 분모인 요구자본을 늘리게 되고 결국 자본 적정성은 하락하게 된다. 반면 보장성보험은 약관에 명시된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약속된 보험금을 지급하면 된다. 금리 등 시장 상황에 따라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저축성보험과 달리 보장성보험은 고수익 상품군으로 꼽힌다.


IFRS17에서 새로 도입된 계약서비스마진(CSM)을 측정할 때도 보장성보험계약이 더 유리하다. CSM은 보험계약이 향후 창출할 이익을 의미한다. 계약 당시 보험부채로 인식한 뒤 보험 기간이 경과하는 데 따라 부채를 상각한 뒤 수익으로 잡는다. CSM 평가액이 크면 향후 수익으로 인식되는 CSM 상각액도 커지기 때문에 수익이 늘어난다.


CSM을 산출할 때는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이 더 높은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하는데, ABL생명은 저축성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지니고 있는 탓에 IFRS17 아래에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ABL생명의 보험부채는 15조3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CSM은 7550억원으로 보험부채의 약 5%에 그친다. 업계 평균(9%)보다 낮다. 한국신용평가는 "IFRS17에서 보유계약의 미실현이익에 해당하는 보험계약마진(CSM)이 매년 상각을 통해 이익으로 실현되는 만큼, 양질의 보장성보험을 보유할수록 보험영업 수익성이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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