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넘어 양자까지…SKT, 인프라 초격차 '시동'
주가·시총 등 단기 변동보다 중장기 성장성 '초점'…추가투자 실탄 확대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8일 16시 4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텔레콤 사옥. (제공=SK텔레콤)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SK텔레콤이 퀀텀점프를 위한 주춧돌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공지능(AI)부터 양자 부문까지 미래 성장동력 전반을 아우르는 인프라 투자를 대폭 다각화하면서다. 


주가·시가총액 등 단기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중장기 성장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내외 시장서 'AI 선도기업'으로 평가 받으며 성장 기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올해 기대주인 'AI 에이전트' 국내외 성과가 향후 성장성을 내다볼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최근 AI 고도화 시대를 앞두고 성장투자 보폭을 크게 넓히면서 AI·양자컴퓨터 관련주로 재평가 받고 있다. 비(非)통신업 비중 확대에 탄력을 더하기 위해 중장기 성장동력에 무게추를 옮긴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집중투자가 이뤄진 AI 부문은 최근 고공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AIX(AI 전환) ▲AIDC(AI데이터센터) ▲에이닷 ▲글로벌 퍼스널 AI 에이전트 등 4개 사업부가 견인한 AI 관련 매출은 전년 대비 19%나 성장했다. 


아울러 AI 에이전트 '에이닷' 누적 가입자 수는 지난해 4분기 기준 83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9.4%나 급증하며 사업 저변을 한층 강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SK텔레콤은 올해 에이닷을 부분 유료화하고 글로벌 AI 에이전트 '에스터' 베타서비스를 실시하며 북미시장 공략에 착수하는 등 수익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사업 고도화를 위한 투자도 한층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AI 실적을 견인하는 AX·AIDC 비중이 여전히 전체 매출 대비 3%대에 그치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채널 다각화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앞서 SK텔레콤은 최근 미국 AI 클라우드 기업 '투게더 AI'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안랩 자회사 안랩블록체인컴퍼니에 12억9000만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진행하는 등 광범위한 투자 행보를 보였다. 향후 신사업 과정서 클라우드·블록체인 등 원천기술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광폭 행보에 해외 시장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최근 '통신사 AI 전략'을 다루는 한 보고서에서 "SK텔레콤의 AI 인프라 사업, 에스터,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 통신사 특화 거대언어모델(LLM)이 새 수익 창출 기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SK텔레콤은 AI 뿐만 아니라 양자컴퓨터 부문 투자도 꾸준히 늘리며 사업·기술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다가오는 AI 고도화 시대에 대비해 중장기 인프라를 선제 확보해 놓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앞서 SK텔레콤은 2011년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한 뒤 지난해 말 'QKD-PQC 하이브리드형 양자암호' 제품을 출시하는 등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미국 양자컴퓨터 유망기업 '아이온큐'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며 기술 저변을 한층 강화했다. 이번 제휴는 SK텔레콤·SK스퀘어가 보유한 스위스 양자암호업체 아이디퀀티크(IDQ) 지분 전량을 아이온큐 지분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맞교환된 지분 규모는 3300억원대에 달한다. SK텔레콤은 이번 제휴로 AI 에이전트 및 AIDC 등에 적용하는 양자키분배(QKD), 양자내성암호(PQC) 등 기술을 아이온큐가 보유한 양자컴퓨팅 기술과 결합해 AI 사업 경쟁력을 제고할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SK텔레콤이 6G 시대 게임체인저인 '양자암호통신' 부문서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파수 경매 이후 AI, 양자암호통신, 5G 를 결합한 차세대 요금제가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멀티플은 너무 낮은 수준"이라며 "과거 인터넷 보안이 전자상거래를 촉진한 것처럼 양자암호통신 역시 6G 성공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양자 기술은 AI 발전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라며 "앞으로도 AI 시장 선도를 목표로 선제적인 투자 및 협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AI 및 양자 관련 성장투자는 한층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해 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이 2조3476억원으로 전년 대비 34.2%나 늘었다. 같은 기간 자본적투자(CAPEX)를 12.7% 감소하고 연구개발비 비중도 0.04% 포인트 하락하는 등 비용 효율화가 다각적으로 이뤄지면서 투자 실탄이 크게 불어난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SK텔레콤이 AI 선도기업으로 꼽히지만 글로벌 시장으로 시야를 넓히면 관련 경쟁력은 한참 미미한 수준"이라며 "저전력, 고성능 AI를 구현하는 데 핵심 기술인 양자 부문이 게임체인저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SK텔레콤은 이미 15년여 동안 양자기술 연구를 이어오며 주춧돌을 마련해 왔다"며 "최태원 회장이 뚝심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로 SK하이닉스를 세계적 반열에 올려놨듯 SK텔레콤서도 양자 등 미래지향적 기술에 집중도를 높여 하이닉스 신화를 재현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SK텔레콤이 최근 KT와 '통신 대장주'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이어가면서 시장 대응방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KT가 SK텔레콤 시가총액을 다시 추월하면서 시총 경쟁이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단기 성과가 아닌 중장기 성장에 중점을 두고 사업·투자 전략을 구상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AI 부문서 실 수익을 창출하며 성장성을 본격 입증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유영상 대표는 26일 서울 을지로 본사 'T타워'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서 "주가 변동은 기업가치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에 따라 일시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이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성장성을 단단하게 다져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AI로 구체적 성과를 보여주고 한국형 AI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겠다"며 "본원적 경쟁력 강화로 추가 확보한 재원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필요한 분야에 의미있게 사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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