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유진투자증권이 기업공개(IPO) 주관 업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23년 유장훈 기업금융본부장(전 IPO실장) 영입을 시작으로 IPO 주관 사업 기반을 다지며 수익 다변화에 나섰는데 최근 성과가 나오고 있어서다. 여기에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수익성 제고를 위한 경쟁력 강화에도 매진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첫 IPO 주관 실적을 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PO 주관 계약을 체결한 기업 중 인벤테라와 코루파마 등 두 기업이 상장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인벤테라는 MRI 조영제 신약 개발 전문 기업으로 최근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에 필요한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다. 필러 제조사인 코루파마 역시 올해 하반기 IPO 절차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코루파마는 2023년 8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가 지난해 2월 철회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거둔 점을 발판으로 상장 재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이외에도 기업 10여곳과 IPO 주관 계약을 체결한 유진투자증권은 꾸준히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도 중고차 상품화 전문 기업 '체카'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꾸준히 IPO 주관 업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이 IPO 주관 업무에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는 수익 다변화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1건 정도의 IPO(스팩‧리츠 제외)를 주관해왔으나 최근 몇 년간 실적은 거의 없다. 2021년 에스앤디 상장 이후 2022년과 2023년에는 스팩과 리츠를 제외한 IPO 주관 실적이 전무했다.
그러나 2023년 6월 유장훈 현 기업금융본부장을 IPO실장으로 영입하면서 수익 다변화의 성과가 가시화 되는 모양새다. 유 본부장은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거치면서 카카오페이 같은 대형 딜(거래)에 참여하는 등 IPO 주관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로 평가된다.
유 본부장은 IPO실장을 맡은 뒤 기존 1팀이었던 IPO실 조직을 1‧2팀으로 확대했다. 폭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코스닥 상장을 목표하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IPO 주관계약도 다수 체결했다.
실제로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인벤테라와 코루파마를 비롯해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 ▲에스테팜 ▲키프라임리서치 ▲휴톰 ▲타우메디칼 ▲KX인텍 ▲씨메스 ▲그레이스 ▲지브레인 등과 IPO 주관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AI(인공지능) 로봇 솔루션 기업인 씨메스의 코스닥 상장을 주관했다. 그 밖에도 스팩 합병을 통한 씨피시스템 상장, 엠83‧한켐 인수단 참여 등의 성과도 거뒀다.
얼마 전 유진투자증권이 IPO실장이던 유 본부장을 기업금융본부장으로 발탁한 것도 IPO 주관 업무를 강화해 수익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IB(기업금융)부문을 폐지하고 기업금융본부와 구조화금융본부를 신설했다.
기업금융본부는 DCM(부채자본시장)과 ECM(주식자본시장)을 아우르는 전통 IB 사업을 담당한다. 이곳을 IPO실장 출신인 유 본부장이 총괄하게 된 점을 고려하면 유진투자증권의 향후 IB 사업에서 IPO 주관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투자증권의 IPO 사업은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을 중‧장기적으로 대체할 IB 수익원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전통 IB나 부동산PF 관련 수익을 '기타' 항목으로 분류한다. 기타 항목은 2021년만 해도 전체 영업수익 항목 6개에서 2번째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부동산PF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기타 항목의 비중도 줄었다. 2023년 2402억원이던 기타 항목 영업수익은 지난해 1948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기타 항목의 순손실 금액은 230억원에서 467억원으로 늘었다.
기타 항목의 부진은 유진투자증권의 영업수익이 제자리를 걷는 데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수익 1조6526억원을 거뒀다. 전년(1조6477억원)과 비교해 눈에 띄는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다른 수익원인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나 WM(자산관리) 등도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진투자증권은 IPO 주관을 비롯한 전통 IB 분야의 틈새시장을 노리는 쪽으로 활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IB 분야에서 다양한 딜을 수행하면서 수익원 다변화에 가시적 성과를 냈다"며 "기업 커버리지를 넓히고 IPO 주관 계약을 다수 체결하는 등 수익원을 늘리기 위한 기반을 충실하게 닦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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