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준우 기자] 블록체인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권 반대 기조를 넘어설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NFT(대체불가토큰), STO(토큰증권) 등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은 매년 이어졌지만 제도권 편입이 지연되면서 관련 기업 다수가 시장에서 퇴출당했다는 분석이다.
조원희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 회장은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주최한 '2025년 블록체인 수요-공급 협의체(ABLE) 1차 정례회의'에서 "블록체인 업계가 그간 규제로 고개를 펴지 못하며 다수 기술 기업이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며 업계가 처한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가상자산에 부정적이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비롯한 해외 각국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이 이재명 정부의 첫 번째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만큼 금융권 반대를 넘어설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시드·금융지주, 업비트·네이버페이 등 매일 스테이블코인 사업 추진 기사가 나올 정도로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어떻게 제도화되는지에 따라 향후 블록체인 업계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스테이블코인, STO 등 블록체인 산업에 관한 논의가 규제가 아닌 활성화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STO도 2023년 2월 정부가 제도화에 대한 정책을 발표했으나 논의에 그치며 실제 시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에 관한 논의가 이재명 정부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이전에도 STO가 스테이블코인 등과 함께 많은 논의가 진행됐다. ICO(가상자산공개) 제도와 유틸리티 토큰에 이어 증권형 토큰까지도 제도화가 이뤄진다면 산업에 큰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블록체인 기술 개발 업계에 마지막 기회라는 주장도 나왔다. 2021년부터 시작된 블록체인 키워드 바람이 제도적 기반 부족과 기술적 한계에 직면하며 상용화가 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정책 논의가 늘고 실제 법안 발의 움직임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번엔 실제 제도화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류창보 오픈블록체인·DID협회 회장 겸 NH농협은행 블록체인팀장은 "최근 사내에서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대해 언급했지만 논의에 그칠 것이란 우려에 반응은 싸늘했다"며 "외부의 뜨거운 관심과 내부의 차가운 반응 사이 괴리가 너무 크다"고 현 상황을 비판했다.
한국은 매년 블록체인 키워드에 하나에만 집중하며 시장이 과열되는 현상을 보였다. 2021년 '가상자산 커스터디(자산 수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나 제도적 불확실성과 시장 여건으로 기술 개발이 멈췄다. 2022년엔 NFT와 메타버스 붐이 일었으나 실제 활용 사례 부족으로 대중의 관심은 꺼졌다. 2023년엔 STO가 화제였으나 법제도 미비로 산업 발전이 정체됐다. 지난해는 한국은행이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한강프로젝트 1차 테스트를 진행했으나 최근 스테이블코인에 밀려 사업은 잠정 중단됐다.
류 회장은 "국내 주요 은행들을 모아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협회를 만든다는 소식만으로 미국 블록체인 기업 '파이브블록스'가 비행기를 타고 바로 찾아왔다"며 "관심이 뜨거운 만큼 스테이블코인이 블록체인 산업의 마지막 기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과열된 만큼 공공성과 신뢰성을 갖춘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 민간에서 발행하는 화폐가 아니라는 인식 개선과 더불어 상호운용성과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 생태계에 관한 정책적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류 회장은 "혁신을 위해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열린 규제 환경도 중요하지만 퍼블릭 블록체인의 IT보안 리스크를 철저히 인지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AML(자금세탁방지), 데이터 과다 등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을 선별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선 정부 기관·은행·핀테크·기술기업 간 긴밀한 협력과 각 주체의 전문성과 지원을 결합한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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