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CEO 작심일년]
메리츠증권
'리스크관리 전문가' 장원재 대표, 재무건전성 개선
순자본비율 하락 등 아쉬워…내부통제 문제 '여전'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7일 14시 5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은 본래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그러나 최근 이 고사성어를 '작심삼일도 300번 하면 3년'처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사흘마다 단단히 먹은 마음을 되새기면서 계속 추구해 나가겠다는 의지에 초점을 맞췄다. 증권사 신임 CEO의 '작심일년'을 들여다보려는 것 역시 긍정적인 해석과 결을 같이한다. 신임 CEO가 처음 세운 경영목표를 지난 1년 동안 추구한 결과를 짚어보고, 이를 근거로 다음 1년간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예측해 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장원재 메리츠증권 각자대표는 2023년 11월 첫 취임했을 때부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14년 동안이나 메리츠증권을 이끌었던 최희문 전 대표(현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의 후임자인 만큼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당시 메리츠증권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침체의 여파로 건전성 우려를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기대감은 불가피했다.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지 1년이 넘은 현재, 장 대표는 리스크관리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장의 기대를 일정 부분 충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리스크관리와 연결되는 내부통제의 경우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2024년 3분기 누적 대손충당금 전입액 899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23년 1799억원이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2024년에도 1000억원 이상을 쌓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증권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2021년 540억원, 2022년 619억원으로 두 해 연속 1000억원을 밑돌았다. 그러나 IB(투자은행) 부문의 주요 사업이던 부동산 PF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대손충당금 전입액도 대폭 늘었다.


부동산PF 시장 침체는 수익성에도 영향을 줬다. 2022년 1조원을 넘겼던 메리츠증권의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2023년 6177억원으로 급감했다. 대규모 대손충당금 전입은 물론 부동산PF를 포함한 기업금융‧IB 부문 영업수익이 40% 가까이 줄어든 점 등이 반영된 결과다. 


메리츠증권이 부동산 PF 시장 침체와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던 2023년 11월  장 대표는 CEO로 단독 취임했다. 취임 당시 장 대표는 별도의 취임사를 내놓지 않았다. 신년사 역시 조용히 지나갔다. 그러나 메리츠증권 안팎에선 리스크관리 전문가라는 장 대표의 이력 탓에 관련 부문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장 대표는 2014년 삼성증권에서 CRO(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를 맡았다가 2015년 메리츠화재 리스크관리팀장(상무)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뒤 메리츠금융그룹 및 메리츠화재에서 CRO를 역임했다. 2021년부터는 메리츠증권에서 S&T(세일즈앤트레이딩)부문장으로 일했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각자대표. (제공=메리츠증권)

장 대표가 취임한 뒤 메리츠증권의 재무건전성은 일부 개선됐다. 예컨대 메리츠증권의 2024년 3분기 말 기준 채무보증 및 대출약정 관련 약정잔액은 1조8864억원으로 2023년 말보다 3027억원(13.8%)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자기자본 대비 위험익스포져(위험노출액) 비율도 10.7%포인트 하락한 339.1%로 집계됐다.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특정 상황에서 부채로 확정될 수 있는 잠재적 부채) 비율도 2024년 3분기 기준 96.7%로 100%를 밑돌고 있다.


다만 모든 재무건전성 지표가 개선된 것은 아니다. 조정 영업용순자본비율은 2024년 3분기 158.1%로 2023년 말보다 17.4%포인트 하락했다. 그간 위험자산 인수가 늘어난 영향으로 총위험액(금융사가 영업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손실을 미리 예측해 산정한 금액)이 같은 기간 2조9347억원에서 3조1983억원으로 증가한 점 등이 반영된 결과다. 

그 결과 증권사의 또 다른 재무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 역시 2024년 3분기 1252%로 2023년 말보다 336.9%포인트 하락했다. 순자본비율은 증권사가 손실예상액에 대비해 갖춘 영업용순자본을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재무건전성도 좋다는 뜻이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의 우수한 이익 창출‧리스크관리 능력을 고려하면 자본적정성 지표도 양호하게 관리할 수 있다"면서도 "부동산금융 익스포져 양적 부담, 높은 기업대출 비중, 위험인수 성향 등을 고려하면 더욱 보수적인 자본비율 관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메리츠증권은 여전히 리스크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메리츠증권이 2024년 7월 장 대표와 김종민 대표의 각자대표체제를 구축한 점도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 장 대표는 S&T 및 리테일, 김 대표는 기업금융 및 자산관리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김 대표는 메리츠화재 자산운용실장 출신으로 국내 부동산PF와 해외 대체투자 등 IB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이 때문에 두 대표가 자신의 전문 사업 분야에 집중하게 되면서 리스크관리에 쏟을 여력 또한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내부통제와 관련해 메리츠증권은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메리츠증권 전직 임원 A씨 및 전직 직원 B‧C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수‧증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서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4년 10월~2017년 9월 동안 부동산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B‧C씨를 통해 금융기관 대출을 다섯 차례 알선받은 뒤 대가를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직무 관련 부동산PF 정보를 이용해 가족이 세운 기업으로 900억원 상당의 부동산 11건을 취득‧임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가 메리츠증권 전직 임직원 8명을 횡령 및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이들은 2019년 한 코스닥 상장기업의 CB(전환사채) 발행을 주선하면서 알게 된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해 억대 이익을 거둔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또 이화전기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 거래와 관련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최근 메리츠증권 서울본점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메리츠증권 임직원 일부는 이화전기를 비롯한 이화그룹 계열사 3곳의 BW 발행 및 매각에 관련해 부정거래 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BW는 매입자가 미리 약정한 가격으로 향후 발행된 일정 수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회사채권(사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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