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가 올해도 리테일(개인금융) 강화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전체 사업부문 중 리테일사업의 수익 비중이 아직 작지만 적극적인 사업 확장을 통해 점진적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8일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별도기준 영업수익 33조424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수탁수수료 비중은 0.23%(775억원), 자산관리(WM) 수수료는 0.07%(221억원)로 집계됐다. 수탁수수료는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와 연관성 높은 수익항목이다.
메리츠증권은 IB(기업금융)사업에 강점을 갖고 있다. 반면 주식위탁매매와 자산관리 등 리테일사업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다. 장원재 대표가 2023년 11월 취임한 이래 리테일사업 강화를 꾸준히 추진했다. 당시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침체로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 이를 돌파할 방법으로 수익원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리테일에도 힘을 실었다.
실적 측면에서 아직 갈 길은 멀다. 수탁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 추이를 보면 이 같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메리츠증권의 최근 3년 동안 별도기준 수탁수수료는 ▲2022년 658억원 ▲2023년 743억원 ▲2024년 775억원이다. 자산관리 수수료는 ▲2022년 99억원 ▲2023년 133억원 ▲2024년 221억원이다. 장 대표 취임 후 소폭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눈길을 끌만한 수준은 아니다.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지만 리테일사업과 관련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향후 전망을 밝게 하는 부분도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부터 디지털 전용 계좌인 '슈퍼365'를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를 적극 모집해왔다. 자산관리 부문에서도 메리츠증권 지점의 운용 랩 상품을 중심으로 운용자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연이어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월부터 내년 12월까지 국내·미국주식 거래수수료 및 달러 환전 수수료를 매기지 않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만 1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되지만 단기적 손해를 감수하고 사용자 수 확대에 승부를 걸었다.
이에 힘입어 메리츠증권의 디지털 관리자산 규모는 지난해 11월 약 1조원에서 올해 2월 5조원을 돌파했다.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앱 '메리츠 SMART' 사용자 수도 올해 1월 9만5678명으로 집계돼 전년동기대비 201.47%(6만3941명) 증가했다.
메리츠증권은 당분간 리테일 강화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우선 디지털 투자 플랫폼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개인투자자가 일부 증권사 투자 커뮤니티를 거점 삼아 활발하게 교류 중인 점, STO(토큰증권) 등 새로운 투자자산의 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운영 리스크 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일 글로벌 기업 사이의 합병비율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주식거래를 진행하는 오류를 일으켜 문제가 됐다. 이런 문제의 반복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자산관리 시장에서는 고액자산가 대상의 패밀리오피스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11월 장 대표 직속으로 관련 조직이 편제됐고 올해 리테일본부의 부문 격상, 고액자산가를 위한 PIB센터 신설 등을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9일 2024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리테일사업부문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궁극적 목표는 IB와 S&T(세일즈앤트레이딩)에서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메리츠증권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다양한 계층의 개인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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