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나선 한미-OCI, 닮은꼴 두 그룹
급작스런 회장 사망‧상속세‧낮은 지배력‧문화재단 운영 등 유사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4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약품그룹-OCI홀딩스 통합 지주 구조도(제공=OCI홀딩스)


[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그룹 간 통합을 발표한 한미약품그룹과 OCI홀딩스가 여러 유사점을 가진 닮은꼴이라는 업계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갑작스러운 전대 회장 사망을 비롯, 막대한 상속세 부담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주식담보대출(주담대) 활용, 그룹 회장의 낮은 지분율 등이 대표적이다.


먼저 두 그룹의 공통점은 갑작스럽게 세상을 뜬 전대 회장들이다. 고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는 2022년 8월2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임 회장은 1967년 서울 동대문에서 '임성기약국'을 시작으로 1973년 한미약품을 창업해 '한국형 연구개발(R&D) 전략을 통한 제약강국 건설'이라는 꿈을 품고 48년간 한미약품을 이끌었다.


임 회장 사망 후 그가 보유하고 있던 한미사이언스 주식 2307만6985주(34.29%) 중 2294만2345주(34.09%)가 가족들 및 한미약품그룹 관련 재단에 상속됐다. 임 회장의 부인인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698만9887주를 상속받았으며,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장남)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장녀),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등 세 자녀가 각각 354만5066주를 받았다. 


임 회장 사망으로 한미약품그룹 후계구도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최대주주에 오른 송영숙 회장이 임종윤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가 돼 회사를 이끌게 된 것이다. 특히 임 사장이 2022년 대표이사직까지 내려놓으며 후계구도가 다시 경쟁 체제로 재편됐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부친인 고 이수영 OCI 회장은 2017년 10월21일 별세했다. 이수영 회장은 사망 당시 OCI 지분 10.92%(260만4921주)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이 회장의 주식 중 절반이 넘는 133만9674주를 장남인 이우현 OCI 회장에게 배정했으며, 장녀인 이지현 OCI 미술관장이 78만1476주, 이수영 회장의 배우자인 김경자 송암문화재단 이사장이 48만3771주를 상속받았다. 


지분 상속에 따른 막대한 상속세 부담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담대를 활용한 점도 두 그룹의 공통점이다. 한미약품그룹 최대주주 일가가 2020년말 부과 받은 상속세는 약 5400억원으로, 작년까지 이 가운데 절반가량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송영숙 회장과 세 자녀 모두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담보로 막대한 자금을 빌렸으며, 납세담보 계약도 체결했다. 


이우현 회장의 경우 상속세 마련을 위해 주담대를 적극 활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 회장은 상속세 납부를 원활히 하기 위해 주식 일부를 매각하며 최대주주 지위도 내려놓았다. 이지현 관장과 김경자 이사장 역시 지분을 매각하며 상속세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우현 회장의 첫째 숙부 이복영 SGC 회장은 2020년 186억원을 들여 OCI 주식 27만주를 추가로 사들이며 지배력을 높였다. 작년 9월말 기준, OCI홀딩스 최대주주는 이우현 회장의 둘째 숙부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지분율 7.41%, 146만8568주)이며, 이우현 회장(6.55%, 129만7174주)은 이복영 회장(7.37%, 146만0675주)에 이은 3대 주주다. 


업계에선 이번 계약에 대해 두 그룹의 니즈(needs)가 맞물렸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의 경우 이번 계약으로 임주현 사장으로의 승계 및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고, OCI홀딩스는 이우현 회장이 한미약품그룹과 손잡음으로써 안정적인 지배력을 구축했다는 해석이다.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송영숙 회장과 특별관계인의 지분율이 60%를 상회하지만 이중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이 가진 물량이 20%를 넘는다. 장‧차남 지분에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과 국민연금(7.38%)이 보유한 주식이 더해질 경우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측의 지배력이 월등히 앞선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송영숙 회장 측은 이번 OCI홀딩스와의 통합 계약으로 상속세와 임주현 사장으로의 승계 문제를 동시에 풀 실마리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영숙 회장과 김경자 이사장이 문화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이번 한미약품그룹과 OCI홀딩스 통합 계약은 송 회장과 김 이사장의 인연으로 본격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회장은 2002년 한국 사진예술의 발전과 일반대중의 사진문화교육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가현문화재단(구 한미문화예술재단)을 설립했다. 가현문화재단은 2020년 임성기 회장 사망 이후 한미사이언스 주식 4.9%를 증여받았다. 이번 그룹 통합 과정에서 송 회장과 함께 보유 주식을 OCI홀딩스에 넘겼다. 


1979년 설립한 송암문화재단은 문화예술 및 장학사업을 통한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다. 김 이사장은 2018년 제3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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