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휴 카드사 못 늘린 '애플페이', 교통카드 도입될까
현대카드 책정 高수수료, 단말기 지원 부담…마케팅 지원 등 수익보전 협의 필요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4일 17시 2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지난해 국내에 상륙한 애플페이가 교통카드 제휴 협상에서 난항을 이어가고 있다. 교통카드 정산사업자와의 결제 수수료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도 있지만 현대카드로 한정된 사용환경이 더 큰 걸림돌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공성, 편의성 등 교통카드의 이점을 고려하면 소비자의 카드 선택폭을 넓히는 게 전제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타 카드사들의 애플페이 도입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결제 수수료를 비롯한 비용 부담을 현 상황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판단이 크다. 애플페이가 활성화될수록 카드사들은 손실만 커지고 애플만 더 큰 이익을 가져가는 기형적 구조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에서는 현대카드가 선제 도입을 위해 받아들인 높은 결제 수수료율이 업계 전반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국민카드가 애플페이 도입을 위한 개별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진척된 사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내세우고 있는 건당 0.15%의 결제 수수료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연매출 3억원 이하 사업자는 영세가맹점으로 분류돼 신용카드 사용시 건당 0.5%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체크카드의 경우 절반인 0.25%다. 중소형 가맹점의 경우 3구간으로 나눠 3억원~5억원 이하는 1.1%, 5억원~10억원 이하는 1.25%, 10억원~30억원 이하는 1.5%의 카드 수수료가 발생한다. 


애플페이의 경우 일부 대형가맹점도 있지만 대부분 영세가맹점이 주사용처다. 밴(VAN·부가가치통신사업자)사에 주는 0.2% 수준의 매입 수수료와 기타 비용 등을 제외하면 영세가맹점 결제를 통해서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0.15%의 애플페이 결제 수수료는 손실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카드사들의 논리다.


여기에 NFC단말기 지원에 따른 비용 부담도 개별 카드사 입장에서는 쉽사리 애플페이를 선택할 수 없는 난관으로 꼽힌다. 앞서 지난해 금융위원회 애플페이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카드사의 NFC단말기 무상지원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익적 목적이 있다면 무상 보급이 가능하다는 2019년 유권해석을 그대로 적용하면서다. 현행법상 카드사들은 연매출 3억원 초과 가맹점에 대해 부당한 보상금을 지원하지 못한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 측은 NFC단말기 보급과 관련해 분담 지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이 자체적으로 설치하거나 애플페이를 도입하는 카드사가 비용을 들여 지원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업계 전체가 아닌 개별 카드사가 나서서 단말기 지원에 나서기에는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앞서 애플페이를 도입한 현대카드 역시 자체적으로 NFC단말기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 


그간 카드업계는 영세·중소가맹점에 한해 여신금융협회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에 분담금을 넣어 NFC단말기를 지원하는 형태를 취해 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카드사 관계자는 "단말기 지원 비용이 개별 카드사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애플페이 도입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만큼 업계 일각에서는 애플페이 도입 확대가 현실화되려면 비자카드나 마스터카드처럼 마케팅비용을 일정량 이상 보전해 주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의 경우 국내에서 결제 시 건당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대신 카드 발급 건수를 기준으로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카드사별·상품별로 책정해 받고 있다. 


수수료를 받는 대신 비자·마스터카드는 카드사와 협의를 통해 관련 마케팅 비용을 분담하고 있다. 예컨대 일정기간 비자·마스터카드를 사용 시 캐시백을 제공하는 이벤트에 대해 일정량의 비용을 카드사에게 제공하는 식이다.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예상 사용액을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비자·마스터카드와 적정 수준의 비용분담률을 협의하는 방식"이라며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수익을 보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페이 역시 이 같은 형태의 지원이 들어가야 카드사들이 도입을 결정할 유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후 교통카드 제휴 가능성도 순차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애플페이로 교통카드 사용이 가능해지면 시장점유율은 최대 50%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다만 애플페이의 도입이 고객 서비스 확대 및 젊은 연령대 소비자의 유인에 방점이 찍힌 만큼 유의미한 수익성을 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현대카드의 해외실적 확대 등이 애플페이 도입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카드의 해외 결제액 규모는 2조7258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74.8%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애플페이 사용이 가능해졌다고 신용카드를 더 쓰게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해외 전용카드 등에 대한 사용한도를 확대해 사용량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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