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VC)협회장이 연임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차기 협회장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업계에선 김대영 케이넷투자파트너스 대표의 재도전이 유력한 가운데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이 주요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6일 VC업계에 따르면 차기 VC협회장 후보로 출마가 유력한 이는 크게 두 명이다. 김대영 대표는 출마 의지가 명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기호 대표는 업계에서 쌓은 경력으로 VC협회장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와 배진환 메디치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거론되고 있으나 개개인의 성향 등을 고려했을 때 입후보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마 의지가 가장 강한 것으로 분류하는 김대영 대표는 지난해 초 윤 회장 출마 당시 함께 도전장을 내민 전례가 있다. 협회 출범 후 처음으로 단독이 아닌 두 명의 후보가 입후보해 2023년 2차 이사회에 협회장 선출 안건이 재상정되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김 대표가 출마를 포기를 선언하며 윤 회장이 단독 출마 및 당선을 확정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지난해 협회장 선거에서 당선에 실패한 만큼 이번에 재도전이 유력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벤처캐피탈을 거느리는 수장 중 하나로 자격이 충분하지만 일부 젊은 VC들의 지지기반이 약한 편"이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후보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쌓아온 경력과 회사 안팎의 평가를 고려하면 박기호 대표의 출마 가능성 역시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표는 1988년 연세대학교 경제학 학사 과정을 졸업하고 같은 해 KB창업투자에 입사했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스틱인베스트먼트, 이후 LB인베스트먼트에서 현재까지 풍부한 창업투자회사(창투사)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2019년부터 회사 대표를 역임하고 있는 박 대표는 회사의 운용자산(AUM)을 지난해 말 기준 1조1300억원까지 끌어올리고 20년 동안 10여개의 유니콘을 발굴했다. LB인베스트먼트를 명실상부 국내 대형 VC의 자리로 끌어올리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협회장에 입후보하면 창투사의 오너가 협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암묵적 규칙에 발목 잡힐 수 있다. LB인베스트먼트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이는 구본천 LB회장이다. LB인베스트먼트의 최대주주(79.5%)인 LB 지분 28.27%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예외 역시 LB인베스트먼트에서 나왔다. 1999년 김영준 LG벤처투자(LB인베스트먼트의 전신) 대표이사 부회장이 5대 VC협회장으로 선출된 전례가 있다. 당시 최대주주는 지분 39.5%를 가진 구본천 당시 상무였다. 김 부회장이 오너가 아닌 상황에서도 협회장으로 취임한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업계가 오랜 시간 암암리에 지켜온 규칙이 다시 깨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본천 회장은 창투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큰 인물"이라며 "김 대표의 지지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박 대표가 구 회장의 지원을 등에 업는다면 LB인베스트먼트에서 다시 한 번 협회장 배출을 노려볼만 하다"라고 내다봤다.
현재 VC협회장의 임기는 2년이다. 임기를 채운 뒤 연임이 가능하지만 워낙 상징성이 큰 자리인데다 협회장이 소속된 창투사는 펀드레이징이 보다 수월해진다는 믿음이 있어 창투사 대표들이 돌아가며 협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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