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운영 중인 멤버십 포인트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현금 거래 수단으로 성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인 간 포인트를 사고 파는 일은 금지되나 '선물하기' 기능을 이용하면 우회적으로 현금화가 가능하다. 이는 포인트 제도의 본래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양사는 "개인 간 거래까지 일일이 제재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묵인하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에 삼성전자나 LG전자 포인트를 검색하면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한 판매자는 "삼성전자 멤버십 포인트 50만점을 팔겠다"며 "10만점당 9만2000원에, 일괄 구매 시에는 10% 할인한 45만원에 넘기겠다"고 안내했다.
거래 방법도 상세히 소개했다. LG전자의 포인트 60만점을 54만원에 팔고 싶다는 또 다른 판매자는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할 기회를 놓치지 마라"며 "멤버십 애플리케이션 내 포인트 '선물하기' 기능으로 30만점씩 두 번에 걸쳐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관련 스크린샷도 함께 첨부했다.
온라인 중고 플랫폼에도 양사의 포인트를 팔겠다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방식도 비슷하다. 판매자들은 선입금이 확인되면 선물하기로 해당 금액 만큼의 포인트를 전달해주겠다고 안내했다. 시세 대비 할인율은 거래액 규모가 낮을수록 높았고, 30만점을 넘어서면 대체로 10%를 적용했다.
양사의 포인트 판매가 성행하게 된 이유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판매자는 유효 기간이 임박했거나 당장 필요한 제품이 없으면 포인트를 현금화하는 게 이익이다. 구매자도 고가 가전 구매에 쓸 포인트를 할인된 가격에 확보하거나 향후 되팔아 차익을 남길 수도 있다.
실제로 '포인트를 사겠다'는 게시글도 잇따랐다. 한 구매자는 "50만 포인트를 40만원에 사겠다"며 "잊고 있던 포인트가 있다면 연락 달라"는 글을 작성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이 같은 포인트 현금 거래가 일종의 팁처럼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운영 중인 멤버십 포인트는 각사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일정 비율로 적립된다. 포인트 1점은 1원의 가치를 가지며, 제품이나 서비스 구매 시 현금처럼 이용 가능하다. 양사 모두 포인트 유효 기간은 적립일로부터 3년이다.
다만 이런 개인 간 포인트 현금 거래는 자칫 약관에서 금지하는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 경우 보유 포인트가 몰수되거나 심하면 계정 정지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거래 방식상 구매자가 선입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송금 후 연락이 끊기는 등의 사기 피해도 우려된다.
포인트 약관 규정은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다소 차이가 있다. 양사 모두 타인에게 포인트를 양도·증여하는 일을 금지하지만 선물하기만은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무상 양도'일 때만 가능하도록 했다. 반면 LG전자는 선물하기 기능만 이용한다면 현금 등 거래 방식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개인 간 현금 거래는 포인트 제도의 본래 취지를 퇴색시킨다는 바판도 나온다. 포인트는 정품 구매자에게 혜택을 제공,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하지만 현금화 수단으로 인식될 경우 정당한 보상 체계가 흔들리고, 이는 결국 일반 소비자들의 손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양사가 운영하는 포인트는 카드사와 다르게 금융상품이 아닌 마케팅 수단에 가깝고, 현금 거래 대부분이 자사가 아닌 외부 플랫폼에서 발생해 이를 일일이 모니터링하고 제재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인트를 사고 파는 일은 전자 업계뿐 아니라 호텔과 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관행으로 굳어진 지 오래"라며 "회원들이 선물하기로 포인트를 거래하는 이면의 일까지 개입하는 건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금깡 악용을 우려해 법인 사업자에게는 포인트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포인트 거래액이 큰 판매자 대부분은 본인의 계정으로 지인들 구매를 대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