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오는 2028년까지 4년간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하면서 관세 부담이 기존보다 완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이 당장 다음 달부터 부과하기로 한 자동차 관세를 즉시 피하기를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에 건설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이 본격화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적인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28일 NICE신용평가(나신평)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이번 미국 투자로 중장기적인 관세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기준 미국 판매량 170만대 중 현지 생산물량이 약 60만대에 불과했지만, HMGMA 증설로 관세부담 대상이 110만대에서 50만대 규모로 대폭 감소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5일 ▲자동차 부문 149억달러 ▲철강 부문 58억달러 ▲기타 3억달러 총 210억달러(31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현대차그룹은 기존 연산 30만대 규모의 HMGMA에 20만대를 증설해 50만대로 확대하고, 기존 공장 설비를 현대화하는데 86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또 로봇과 인공지능(AI), 항공모빌리티 등 미래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63억달러를 투자한다.
하지만 HMGMA 가동이 본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이에 미국이 당장 오는 4월부터 자동차 관세를 즉시 부과할 경우 단기적인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국내 차량 생산량이 미국 생산으로 대체되면서 국내 공장 가동률 하락에 따른 수익성 저하 가능성을 제기했다.
나신평 측은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향후 현대차·기아의 영업수익성은 관세부과 시기와 관세율, 국내외 생산설비 효율화 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신평은 현대차그룹의 투자부담이 확대되지만,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현대차·기아는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중기적으로 높은 투자부담이 지속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미국 투자를 감안하면 현대차·기아의 연간 투자규모는 25조원까지 치솟게 되며, 과거 투자부담(2021~2024년 평균 17조원)을 훌쩍 상회하게 된다.
하지만 현대차·기아는 이익과 현금창출력이 매우 풍부한 수준이다. 실제로 두 회사는 최근 3년(2022~2024년)간 평균 감가상각 차감전 영업이익(EBITDA)와 영업현금흐름이 각각 28조원, 26조원을 기록했다. 이에 나신평은 현대차·기아의 투자부담이 가중되더라도 현재 수준의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나신평은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말 순차입금이 마이너스(-)35조원으로 매우 풍부한 재무적융통성을 확보 중인 만큼 미국 투자 부담에 중단기적으로 무난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철강부문에도 총 58억달러 가량을 투자, 미국 내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한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신규 전기로 제철소를 설립해 총 270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신규 제철소는 자동차 강판 특화 일관제철소로, 자동차용 냉연강판을 주력으로 제공해 미국 내 현대차그룹사에 공급을 늘리게 된다.
나신평은 "현지 생산기반 확보는 현대제철의 사업경쟁력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다만 미국 현지의 생산단가 등이 높다는 점에서 신규 제철소의 수익성 확보가 부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나신평 관계자는 "현대차·기아의 경우 국내외 생산설비 재배치 및 국내 공장 가동률 저하에 따른 추가비용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글로벌 생산설비의 효율화 과정에 대한 추가적인 점검이 요구된다"며 "현대제철은 최근 자본적지출(CAPEX) 및 EBITDA 창출 규모를 감안할 경우 신규투자는 현금흐름 상 부담요인이다. 하지만 계열사 등과 공동투자를 검토하고 있어, 실질적인 재무부담 가중 정도는 투자 지분 규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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