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게임사, '재믹스' 같은 혁신이 필요하다
게임 기본가치인 재미에 대한 고민과 체질 개선 통한 장르 다양화 필요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6일 08시 1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호정 산업1부장] 대우전자의 '재믹스'. 40대라면 80년대 중반 출시됐던 재믹스라는 콘솔게임기를 기억하는 이들이 꽤나 많을 것이다. 기자에게 재믹스는 여덟번째 생일날 받았던 첫 게임기이기도 했지만 불량한 형들에게 돈 뺏기기 일수였던 오락실을 가지 않고 편안하게 집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발점이었다는 점에서 지금도 혁신 제품으로 기억된다.


이제는 손을 놨지만 불과 5~6년 전까지만 재믹스에서 시작된 게임 사랑을 플로피디스켓,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 온라인, 모바일로 옮겨가며 꽤나 뜨겁게 즐겼다. 와이프가 "애들도 아니고, 게임에 목을 매냐"고 핀잔을 줄 때도 "70이 돼도 게임은 포기 못한다"고 어깃장을 놓을 정도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어떤 게임에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서 자연스레 절연했다.


사실 게임이 시시해진 건 나이에 비례해 커져버린 책임과 의무로 팍팍해진 삶의 무게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만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자면 창의성 없는 '그 나물에 그 밥'인 게임 홍수에 질린 영향도 있다. 실제 게임사들이 출시하고 있는 신작 중 상당수는 앞서 성공한 IP(지식재산권)를 재탕, 삼탕한 작품들이다. 아울러 1998년 출시된 엔씨소프트 리니지의 대성공 이후 국내 게임 장르는 과금을 유도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획일화됐다.


결과적으로 엔데믹과 함께 시작된 국내 게임 업계의 불황은 실적에 매몰돼 창의성과 다양성이 실종된 영향이 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게임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지적이 억울할 수 있다. 국내는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차갑다보니 규제투성이고, 캐주얼게임이 대세인 해외는 개발비를 회수하는 것조차 불투명하다 보니 모험보다 안전을 택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장 환경이 우호적이었다면 국내 게임사들이 지금과 같은 경영 부침에 시달리지 않았을까. 아니라고 본다. 게임의 기본가치인 다양성에서 나오는 재미에 대한 고민을 부족했던 만큼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숙제를 안고 있었다는 점에서다.


생각해 볼 대목은 리니지와 메이플스토리 등 20년도 더 된 IP를 활용한 작품들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부분이다. 시각에 따라 대단한 경쟁력으로도 해석 가능하지만 게임사들이 이를 넘어설 창조보다 잿밥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로 읽힐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해 실적 악화와 이로 인해 불거진 조직개편과 감원 등 매서운 한파는 게임사 스스로 자초하지는 않았을까.


2005년 개봉했던 영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에는 "가야 할 때 가지 않으면 가려 할 때는 갈 수가 없단다"는 대사가 나온다. 국내 게임사들이 이 대사를 한번쯤은 곱씹어보길 바란다. 작금의 위기는 정부의 산업육성책이나 규제 해소로 풀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체질 개선을 통한 게임의 기본가치인 재미가 동반된 훌륭한 작품을 출시해야 미래 먹거리이자 K콘텐츠 대표주자로 손꼽히던 시절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 수년 내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더 게임 어워드'에 국내 게임이 고티(GOTY·Game of the year)로 선정되길 기원하며, 오랜 만에 아들과 게임 한판하며 재믹스의 추억이나 곱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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