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쌓이는' 글로벌 성과…단단해진 김동원 '입지'
지난해 2월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선임…印尼 노부은행 지분투자 성사 이끌어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5일 19시 1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제공=한화생명)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한화생명이 해외사업에서 하나둘 성과를 쌓기 시작하면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사장의 존재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3월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자리를 새로 만들고 김 사장을 선임했다.


김 회장이 5년 만에 현장 경영을 재개하고 한화그룹의 사업재편이 이뤄진 점 등에 비춰볼 때 승계를 위한 김 사장의 성과 쌓기가 본격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사장은 경영수업을 받은 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 경영능력을 인정받을 만한 확실한 '한 방'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 사장, 김 사장의 동생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각각 에너지·제조업 전반, 금융, 유통 부문을 나눠 승계할 것으로 여겨진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전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인도네시아 재계 6위 리포그룹이 보유한 노부은행의 지분 40%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보험사가 해외 은행업에 진출하는 첫 사례다.


이번 지분투자를 포함해 한화생명은 1년 남짓한 사이 인도네시아법인 자회사 인수, 베트남법인 진출 15년만의 누적 흑자 달성 등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차곡차곡 거뒀다.


금융권에서는 김 사장이 작년 2월 최고글로벌책임자 자리에 오른 뒤 한화생명의 해외 사업 성과가 잇따르는 모습을 심상치 않게 지켜보고 있다. 그동안 가려졌던 김 사장의 역할과 존재감이 급작스레 부각되는 만큼 경영승계와 연계해 보는 시각도 나온다.


한화생명의 해외 사업 성과가 부각될수록 경영승계에서 김 사장의 입지도 단단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물론 노부은행 지분투자 건만 해도 실제로 김 사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고글로벌책임자라는 직함 그대로 지난해 2월 이후의 해외 사업 성과와 앞으로의 성과 모두 김 사장의 업적으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해외 사업은 김 사장의 경영 역량이 빛을 발하기에 좋은 분야이기도 하다. 당초 김 사장이 예일대학교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했기도 하고 다년간 다보스포럼 등 국제행사에 참석해 풍부한 해외 네트워크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리포그룹이 보유한 노부은행 지분투자도 김 사장의 해외 네트워크가 성공 배경으로 꼽힌다. 한화생명에 따르면 김 사장은 올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 존 리아디 리포그룹 대표와 나눈 대화가 노부은행 지분투자의 초석이 됐는데 실제 두 사람의 인연은 2016년에 시작됐다. 김 사장은 2016년 처음 다보스포럼에 참석했을 때 당시 전무였던 존 리아디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한화그룹의 분위기를 볼 때 김 사장이 서둘러 경영성과를 쌓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김 회장은 최근 잠행을 깨고 5년 만에 현장 경영에 나섰는데 재계는 이를 세 아들의 후계구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3월 말과 이달 초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캠퍼스와 한화로보틱스 판교 본사를 잇달아 방문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캠퍼스에 그룹 우주 사업을 총괄하는 장남 김 부회장이, 한화로보틱스 판교 본사에 로봇 사업을 맡고 있는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각각 동행했는데 김 회장이 아들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았다는 분석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이 다음 차례로 차남인 김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곧 열릴 노부은행 지분투자 업무협약식이나 5월에 있을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연도대상에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은 그동안 한화그룹과 한화생명을 거치면서 디지털과 신사업부문 등에 집중해 왔다. 주요 성과로 한화투자증권의 두나무 투자, 한화자산운용의 그랩 자회사 투자 등 주도,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 출범 지휘 등이 꼽히는데 경영승계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려면 보다 뚜렷한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고 보는 의견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2014년 3월 한화L&C에 입사한 김 사장은 이제 경영수업을 받은 지 10년이 넘었다. 2014년 한화L&C에 입사해 파견 형태로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디지털팀 팀장을 맡았다. 2015년 한화생명 전사혁신실로 자리를 옮긴 뒤 디지털혁신실, 미래혁신부 등에서 일했다. 2019년 8월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에 올랐고 지난해 2월 최고글로벌책임자(CGO)로 선임되면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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