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약품 자사주 확대, 오너家 지배력 보완 수단?
자사주 보유비율 16.2%...향후 후계 안배 차원 관측도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5일 17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현대약품 공식 홈페이지)


[딜사이트 최령 기자] 현대약품이 지난 20여년간 자사주 매입 정책을 유지하며 소각 없이 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한구 현대약품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20%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자사주를 활용해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보완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약품은 2000년부터 신탁계약을 매년 연장하거나 새로 체결하는 방식으로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해왔다. 이에 2006년 말 총 발행주식 대비 1.6% 수준이던 현대약품의 보유 자사주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6.2%(518만6589주)까지 대폭 늘어났다. 


현대약품의 가장 최근 자기주식 취득신탁계약은 30억원 규모다. 2023년 7월14일에 계약해 만료일은 올해 7월14일이다. 현재까지 약 9억4000만원 규모를 매입해 계약액의 31.4%를 채운 상태다. 앞서 작년 6월에는 5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계약이 만료됐다. 이 계약으로 62만3281주를 취득했다. 현대약품은 2022년 9월부터 지난해까지 이러한 방식으로 총 96만8118주의 자사주를 늘렸다. 


통상 기업들은 자사주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법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 이후 소각을 하게 되면 발행주식수를 줄여 주당가치를 높일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이 줄고 주당가치가 올라 주가부양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만 현대약품의 사례처럼 소각 없이 자사주 매입만 지속할 경우 최대주주의 실질 지분율을 높이는 효과로도 나타날 수 있다. 현대약품 최대주주인 이한구 회장은 작년 11월 말 기준 17.88%(572만주)의 지분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전체 발행주식 3200만주에서 자사주 532만9731주를 제외하면 이 회장의 실질적인 지배 지분율은 21.3%까지 올라가는 효과를 누린다. 자사주 매입으로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확대되면 계열분리·승계·지배권 강화 등 주요 안건에서 상대적으로 강화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후계구도를 위한 안배 측면도 고려될 수 있다. 이한구 회장은 1948년생으로 올해 77세 고령이다. 이에 시장에서 조만간 승계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이 회장의 후계로 낙점된 인물은 이상준 사장이다. 이 대표는 고(故) 이규석 현대약품 창업주의 아들인 이한구 회장의 장남이다. 2018년 2월 이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전문경영인인 김영학 대표와 각자대표를 맡았다. 이후 2021년 1월 김영학 각자대표가 사임한 후 이상준 대표 단독경영체제가 시작됐다.


다만 이 사장의 현재 지분율은 4.22%에 불과하다. 보통 승계작업이 본격화되면 후계자가 직접 사전에 최대한 지분을 확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자사주를 활용하면 추가적인 지분 매입 없이도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 사장이 향후 부친의 지분을 증여 혹은 승계받고 우호지분인 자사주까지 더해진다면 약 38%의 지분을 확보해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선 현대약품이 자사주 비중을 늘려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높이는 동시에 향후 후계 안배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자사주 확보는 대주주인 오너일가에 간접적으로 지분을 강화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대주주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 최대 비율인 20%까지 꾸준히 늘릴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현대약품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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