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특별계정’, 제2의 ‘히든챔피언·성동조선’ 되나
초고위험 해외수주 지원용 특별계정 신설…김동수·이덕훈 前행장 전철 우려


[딜사이트 김세연 기자] 수출입은행이 해외 건설수주 지원을 위해 1조원 규모의 특별계정 조성에 나서면서 과거 '히든챔피언'이나 '성동조선해양' 등의 실패 사례가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주목된다.


수출입은행은 조만간 시행령 개정을 통해 1조원의 정책금융 자금을 국가신용등급이 낮은 초고위험국가의 인프라 수주에 나서는 건설기업을 중점 지원하기로 했다. 최근 해외 인프라 시장에서 투자를 동반한 발주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건설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3월 이라크 재건시장 진출 세미나를 통해 현지 시장내 수주 경쟁력 확보 의지를 내비쳤다. 정치적 환경개선을 통해 향후 10년간 882억달러(약 105조원) 규모의 재건사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이라크 내 수주를 통해 '제2의 중동붐'을 이끌겠다는 복안이다. 은성수 행장 역시 올해 초 신년사에서 수주산업 경쟁력 강화와 혁신성장산업 육성 등을 위한 대규모 자금 공급 및 보증 지원, 전략금융 강화 등을 약속했다.


정책금융기관이 특별계정으로 자금을 지원한다면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 확대를 예상해볼 수 있다. 그렇지만 부실 우려가 큰 곳에 특별계정까지 동원하는 것은 부실 책임을 덮기 위한 미봉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에 충분하다. 특히 수출입은행은 과거 김동수 행장 시절 '히든 챔피언' 육성책을 마련해서 다스(DAS)를 지원하고, 이덕훈 행장 시절에는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무리한 대출을 강행한 전력이 있다.


수출입은행은 10년 전인 2009년 김동수 행장 취임 후 수출입은행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해외자원 개발 투자 지원에 나섰다. 기존 대출이나 보증 등의 소극적 지원을 벗어나 펀드 투자 등 전방위의 적극적 지원체제를 마련하겠다는 정책 기조에 따른 것이다. 실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수출입은행이 투자한 펀드는 18곳에 이른다. 수출입은행은 위축된 자원개발펀드 시장을 활성화하고 민간자본의 대응 투자까지 유도하는 계획을 내놓으며 성공적인 펀드 운영과 투자 확대를 자신했다.


하지만 정부와 수출입은행의 대대적인 정책 지원 노력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수출입은행의 투자펀드 평가손익 현황을 점검한 결과 해외자원개발 활성화 정책으로 투자가 이뤄진 펀드 3곳에서 368억원 가량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수 행장은 재임 시절 '한국형 히든 챔피언' 제도를 만들어 다스 등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다. 수출입은행의 정책자금이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통로를 만든 셈이다.


전임 이덕훈 전 행장 시절에는 정책 수요에 편승해 수출기업 지원이 아닌 선박금융 지원에 투자하기도 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2016년 성동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우려 해소를 위해 3000억원의 긴급 자금을 투입하는 등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성동조선에 대한 무리한 지원으로 수출입은행은 1조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은 국내기업의 해외건설·플랜트 사업의 수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창구로서의 역할을 다했다"면서도 "특별계정이 이전 조선업 지원이나 해외자원 개발처럼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창구로 활용된다면 과거와 같은 실패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계정 운용의 성패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시행령 개정안에서 고의나 중과실 없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행한 경우 결과에 대한 책임을 면제한다고 했지만 실제 부실 발생 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면책규정에도 불구하고 정권 교체 후 책임 소재 규명에 대한 요구가 이어진다면 책임과 비난은 수은의 몫일 수밖에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은 특별계정이 국가 리스크를 책임지는 구조인만큼 기존 자원개발이나 녹색성장 지원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과거 정책 목적에 따른 대규모 투자가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특별계정을 통한 지원은 정해진 산업 분야만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진출지역 국가의 신용리스크 해소를 위한 것인만큼 이전과 같은 부실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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