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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국 핵융합연 본부장 "핵융합, 재분발 할 시점"
미국, 민간차원의 수조원 투자…한국도 정부와 민간의 적극 투자로 미래 준비해야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8일 08시 2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영국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공학연구본부장. (제공=핵융합연)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지난 15년 동안 한국이 핵융합에서 많은 성과를 냈지만 그 다음을 준비하는데 좀 머뭇거렸습니다. 이제 한국이 좀 더 다시 재분발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18일 오영국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공학연구본부장은 딜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로 막대한 양의 전력이 요구되면서 '인공 태양'으로 불리는 미래 에너지원인 핵융합 분야가 각광받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핵융합 분야에서 세계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이 조단위 투자를 통해 핵융합 상용화를 빠르게 앞당기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자칫 주도권을 넘겨줄 위기에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와 기업이 적극 나서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핵융합 분야에서 기회를 완전히 놓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오영국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공학연구본부장 또한 "2007~2008년부터 시작해 '한국형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를 가동하기 시작했다"며 "우리나라 상황에서 KSTAR라는 핵융합로를 가동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도전적이었고, 지난 15년 동안 많은 성과를 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핵융합연의 KTAR가 '초고온 플라스마 유지 시간'으로 세계 최장 기록인 48초를 갱신했다. KSTAR는 원자핵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1억도의 이온 온도를 구현하는 실험 장치다.


나아가 핵융합연은 세계 35개국이 핵융합 에너지의 생산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실증하고 상용화하기 위해 공동 추진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 프로젝트에도 가입하면서 핵융합 분야의 리더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핵융합발전 스타트업 '인애이블퓨전'을 창업한 이경수 박사는 ITER의 2인자인 사무차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동안 한국은 KSTAR와 ITER 참여에 모든 힘과 투자를 쏟아 부으며 성과를 냈지만 결국 그 다음 단계인 상용화로 나가는 데 있어서는 적극적인 투자와 준비가 부족하면서 주춤하고 있다. 정부가 핵융합 상용화를 2050년으로 잡다보니 상용화에 대한 투자와 준비가 다소 느슨해졌다.


그동안 핵융합은 모든 기술을 정부 주도로 연구소에서 검증이 이뤄진 후 그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체가 짓는 수순이었다. 하지만 기업들이 하루빨리 상용화에 들어가겠다고 나서면서 핵융합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넘어가는 패더라임 시프트가 이뤄지고 있다.


오 본부장은 "최근 핵융합이 전세계적으로 탄력을 받은 환경변화가 있는 데 그 중 하나가 탄소 중립"이라며 "미국의 일반 기업들이 핵융합에서 전기를 내는 방법을 추구해보자는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수조원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와 전기자동차가 막대한 전기가 소모되면서 핵융합의 필요성이 커졌다"며 "AI가 새로운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핵융합 상용화도 시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세계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전세계적인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상용화를 준비해야 하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민간에서 최근 인애이블퓨전 등 스타트업 형태의 핵융합 기업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


현재 한국에서 ITER와 KSTR의 주요 부품을 제작하고 공급한 업체는 KAT, 현대중공업, 이엠코리아, 비츠로테크, SFA, 삼홍기계, 일진파워, 다원시스 등이 있다. 다원시스는 KSTAR에 필요한 전원공급 장치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국내 유일의 업체다. 미국 MIT 교내벤처로 출발한 코먼웰스퓨전시스템스의 '스파크(SPARC)' 프로젝트 수주도 준비 중이다. KAT는 플라즈마 밀폐 및 평형 유지를 위한 핵심 구성품인 TF 초전도 도체를 생산하고 공급한다. 현대중공업은 플라즈마 생성 및 유지에 필요한 초고진공 환경 제공 및 블랑켓, 디버터 구조물을 지지할 수 있는 진공용기 본체를 제작했다.


오 본부장은 "핵융합연에서도 좀 더 도전적이고 빨리 상용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민간 기업과 같이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투자를 하면서 R&D를 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고,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최근 미국 빅테크들이 핵융합 분야에 투자에 나서자 핵융합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아직은 지켜보고 있는 단계다. 정부 역시 ITER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이후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려해보자는 입장이다.


오 본부장은 "중국처럼 자본력이 많지 않고, 미국처럼 민간에서 막대한 투자를 받을 수 없어 한국의 환경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게 숙제"라며 "현 정부가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집중하고 있는데 좀 더 설득하고 조율해서 핵융합으로 관심을 돌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오 본부장은 핵융합연 원장 후보에 올라있다. KSTAR를 개발하고 장치 운영과 실험 등을 맡아왔다. ITER 장치운영부장에 선임돼 핵융합에너지 개발 프로젝트 총괄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혁신적인 변화를 통해 상용화를 10년 앞당겨 2040년에는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에 해왔던 틀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시대 변화가 굉장히 빠르게 바뀌고 있어 기존 틀만 고집해서는 답을 찾기 어렵다"며 "새로운 환경 변화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남이 했던 것을 카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혁신적인 방법을 접목해 지금의 실증로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을 조율하고 있다"며 "차별점을 만들어 연구자들도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자신감을 보여줄 수 있는 연구로 바꾸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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