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변수…원매자, 공부만 하다 공친다?
'찐 대기업' 없는 M&A…FI 지분 높을 시 산은 명분 희석 우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7일 17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매물로 나온 HMM 인수전에 SM과 동원, 하림, LX그룹이 참전한 것을 두고 시장과 해운업계가 상반된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시장은 인수의향서(LOI) 제출기한이 한 달여 남은 가운데 4개 그룹이 관심을 갖고 있단 점을 들어 흥행을 기대하는 눈치지만, 해운업계는 되려 흥행 참패를 걱정해야 할 판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이 원하는 ▲건실하면서 ▲장기간 HMM의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할 만한 거대기업은 쏙 빠진 채 재무 여력이 부족한 곳들만 인수전에 참여했단 이유에서다.


HMM 1·2대 주주 산업은행(산은)과 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보유 중인 HMM 지분(40.65%)가치는 26일 종가(1만7270원) 기준 3조4332억원이다. 여기에 양 기관이 보유한 2조6800억원의 영구채(영구 BW, 영구 CB)를 고려하면 실제 매각대금은 5조원에서 최대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시장은 예측하고 있다. 이는 곧 해운업계가 HMM 인수전의 흥행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이유로 자리 잡았다. 매각주관사로부터 투자제안서(IM)을 받아갔거나 일찌감치 M&A를 거론한 그룹들이 쉬이 품을 만한 매물이 아니란 것이다.



실제 HMM 인수에 가장 적극적이란 평가를 받는 SM그룹의 경우 HMM 지분을 사들인 12개 계열사의 작년 말 현금자산 총액은 1조590억원에 그쳤다. 그마저도 그룹의 자금지원 총책을 맡은 SM상선 몫이 56.5%(5983억원)에 달하는 데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해운시황이 꺾인 터라 실제 자금동원력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IM을 수령한 타 그룹사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 3월말 기준 LX그룹 상장사 4곳(LX홀딩스·인터내셔널·세미콘·하우시스)의 현금성자산은 2조28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하림·동원그룹의 지주사인 하림지주와 동원산업의 연결 현금자산도 각각 1조6686억원, 6760억원으로 정부 측 HMM 지분전량을 직접 취득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이들의 곳간 사정은 HMM 매각에서 시장과 해운업계의 시각차가 극명히 갈리는 시발점이 되고 있다. 금융투자(IB) 업계는 인수 후보자들이 유상증자나 재무적투자자(FI) 유치 등으로 자금을 마련하면 어떻게든 HMM을 살 순 있을 것으로 낙관 중이다. 하지만 해운업계는 이 같은 방안이 정부의 컨테이너선사 재건 및 민영화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포스코 등 재계 10위 이내 집단이 일찌감치 발을 뺀 것부터 HMM 인수전은 흥행하기 어려운 구도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수 후보자들이 사모펀드의 대규모 출자를 활용할 순 있을 것"이라면서도 "사모펀드는 엑시트(투자금회수)를 통해 펀드 출자자(LP)들과 수익금을 나눠가져야 함으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영 측면에서 산은이 과연 이들에게 HMM을 넘길 지 미지수"라고 부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운업계는 하림 등이 예비실사까진 참여하겠지만 컨테이너선 사업에 대해 공부만하다 정작 입찰에선 발을 뺄 거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산은 등이 아예 몇 년 더 HMM을 소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란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해운 시황이 평상시로 돌아온 올해부터가 HMM의 실제 몸값을 가늠할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다. 앞서 HMM은 팬데믹 시기 수급 불균형 등으로 지난해 9조9516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으나 올해는 시황 정상화에 따라 1조원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HMM은 현재 13조원 가량의 현금을 보유 중이고 산은 체제에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 마진폭을 상당부분 키워 놨다"며 "지속해서 수조원대 현금을 소유한 가운데 이익도 발생한다면 추후에도 현재 받고 있는 평가대로 매각이 가능할 수 있는 만큼 산은이 매우 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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