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딧머니]
국민커피 '맥심'에 도전장, 베트남 커피왕의 '꿈'
베트남 성공신화, 쭝웬 레전드 그룹 당레 응웬부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7일 16시 0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현서 기자] 사무실 10군 데 중 9군데는 꼭 비치해 놓는 이것.


10명 중 7명은 가정에도 상비해놓는다는 이것.


달달한 이 한 잔 마실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애호가들이 있는 이 것.


국민 커피라 불리는 맥심입니다.


맥심은 한국인의 DNA깊숙이 박혀버렸다고 할 정도로 한국인에게는 상징적인 제품이죠. 이런 맥심 앞에서 남양유업은 물론이고 네슬레 등 해외업체들도 당해내질 못했습니다. 오로지 동서식품의 맥심만이 40여 년째 한국 인스턴트 커피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주도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맥심만이 살아남은 한국 시장에 호기롭게 뛰어든 베트남 업체가 있습니다.


쭝웬 레전드 그룹이 오늘의 주인공. 쭝웬 레전드 그룹은 한국인들에게는 G7으로 보다 친숙한 커피업체입니다.


쭝웬 레전드그룹은 2014년부터 한국 판매망을 구축하다 2019년 한국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합니다. 현재는 직원 10명으로 아직 한국시장 세팅 초기단계라고 하는데요, 사무소 설치 이후 그래도 총판업체도 하나 둘 늘어났지요. 지난해 한 해 동안 전년대비 30% 늘어난 2억 여잔을 판매했고, 올 1분기도 5200만잔 분량을 팔았습니다. 일년에 61억잔을 판다는 맥심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안 되는 수준이지만요.


사실 G7이 어떻게 맥심이 수 십 년을 쌓아온 구력을 이기겠어요. 그런데, 이 회사 오너를 보니 보톰 사람은 아니더군요. 쭝웬 그룹의 오너는 '베트남 커피왕'으로 불리는 인물 입니다.


주인공은 당레 응웬부(Dang Le Nguyen Vu). 비주얼부터 포스가 남다르지요? 동굴에서 살고 있고요.


가정사로 골치 아픈 일이 있어 한 몇 년 두문불출하며 그룹을 이끌어왔다고 합니다. 


당레 응웬부 회장은 1971년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산악 지역에 살아 15킬로를 걸어 학교를 다녀야 했어요. 목동에서 이태원까지가 14킬로니 얼마나 먼 거린 지 아시겠지요? 열 살 때는 아버지가 중병에 걸려 치료비를 벌기 위해 생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했어요. 매일 어머니를 도와 가축을 돌보고 농사일을 하고 벽돌을 날랐지요. 하지만 남다른 의지와 뛰어난 두뇌로 학업 성적이 좋았어요. 1970, 80년대 흙 수저의 성공신화처럼 그는 주경야독 끝에 의대에 진학하죠. 의대에 다니면서도 하지만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했어요. 당시 부회장이 다니던 대학이 있는 마을은 베트남에서 유명한 커피산지였어요. 학교를 오가며 매일 보는 커피 농가, 그 곳에서 죽도록 일하는 농민들을 보면서 베트남의 현실에 눈을 뜹니다.


베트남은 당시 가공기술이 없어 생두를 헐값에 수출하는 상황이었어요. 커피판매수입이 20이면 농민들에게 돌아오는 몫은 1이었다고 해요. 부 회장은 이런 현실을 목도하면서 베트남의 자원 중 하나인 커피로 베트남을 일으켜 세워야겠다는 꿈을 꿉니다. 그 길로 의사의 꿈을 접고, 어머니께 커피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말하죠. 어머니는 폭풍 오열하셨겠지요.


그의 의지는 하지만 아무도 꺾지 못했어요.


부 회장이 가진 건 낡은 자전거 한 대 뿐이었어요. 베트남에 당시 가공 로스팅 유통을 책임지는 곳이 없다는 사실에 착안, 가공과 로스팅 부터 시작하기로 했어요. 그게 쭝웬 그룹의 시작입니다. 1996년 그는 보석상의 딸 레황 디엡 타오(Le Hoang Diep Thao)와 부온 마 투오트에 쭝웬 커피 컴퍼니를 설립하고 2년 뒤 호치민시에 카페를 열어요. 사업 파트너이자 연인이었던 타오와는 그 해 혼인했고요. 카페를 개시하면서 10일간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면서 손님을 끌었어요. 탄력이 붙은 그는 프랜차이즈 사업도 시작하죠. 2000년대 초반까지 공격적으로 영업해 베트남 전역에 500여개의 카페를 프랜차이즈로 냅니다. 하지만 기대만큼 잘되지 않았어요. 베트남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이 네슬레의 네스카페거든요. 베트남 사람들이 자국 커피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거 에요. 그래서 만든 커피가 'G7'입니다.


G7이 우리가 아는 G7국가(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에서 딴 거 맞습니다. G7국가에서도 먹히는 커피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만든 브랜드고요.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 베트남인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어요. 89%, 10명 중 9명꼴로 G7 커피를 선택 했다고 하네요. 그렇게 맛으로 인정받으면서 점유율을 높여 갔습니다.


그렇게 기업은 쑥쑥 커 나갔고, 당당히 베트남에서 인스턴트 커피 하면 'G7' 할 정도로 베트남의 국민 커피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12년 인터뷰에서 부 회장을 '베트남의 커피 왕'이라며 대서특필했고요, 그는 그러나 베트남 커피왕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80여 개국으로 뻗어나가면서 '세계 정복'의 '야심'을 드러냅니다. 그의 꿈은 '커피로 세계정복'이거든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낡은 자전거 한 대로 사업을 시작한 그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요. 그는 베트남에서 가장 많은 럭셔리카를 소유한 슈퍼카 마니아고, '페라리 보스'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페라리 광입니다. 베트남 내에선 네스카페 다음으로 비나카페와 2위 자리를 다투는 기업이 됐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스타벅스 등과 함께 영향력 있는 커피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지요.


쭝웬 레전드 그룹은 이제 베트남에서는 국민 기업입니다. 2018년 기준 매출은 2500여원. 세전이익은 184억원 정도인데요. 앞서 2016년 평가 브랜드 총자산은 3400억원 정도로 추산됐어요. 2019년 기준 이디야 커피 매출이 연간 2000여 억 원이니 국내기업으로는 이디야 커피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부 회장의 자산은 350억 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350억 원이면 한국에선 건물주 정도지만, 베트남의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많은 부를 축적한 기업인이지요.


앞서 몇 년간은 부인과의 이혼 소송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브랜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었고요. 부인과 함께 맨 손으로 회사를 키웠고 슬하에 4명의 자녀를 뒀지만, 어느 순간부터 회사 경영과 관련 마찰이 잦아졌다고 해요. 부 회장은 세 가지를 잘 선택해야 성공한 인생이라 했는데, 그 첫 번째가 직업, 두 번째는 아내, 세 번째는 커피라고 말하곤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 이혼 소송으로 자신은 아내를 잘못 선택했고 이로 인해 기업이 크게 후퇴하게 됐다고 후회했어요. 부인은 남편의 슈퍼카 구입 출처가 회사 펀드라는 등 남편의 잘못을 폭로했고요. 이런 가운데 브랜드 소유권 분쟁까지 불거져 G7는 한때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었어요. 이 기간 회사의 매출과 이익은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죠.


2019년 이혼소송을 무려 7년을 끌다가 끝이 났고, 재판부는 부 회장과 타오의 재산을 6대4로 분할했어요. 현재 전부인인 타오는 쭝웬의 새 브랜드인 킹 커피를 경영하고 있어요. 한 때 부부였던 둘이 이제는 커피 시장의 경쟁자가 된 거죠.


부 회장은 이런 일로 동굴로 들어갑니다. 동굴이지만 독특하면서도 모던해 도리어 눈길을 끕니다. 그는 이 동굴 안에서 사업을 구상하고 펼쳐나가는데 다음 행보는 '커피 제국 건설'인 것 같습니다.


부 회장은 2020년 말 '커피 시티'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했어요. 커피시티는 실버하우스, 약용 정원, 양궁, 승마, 골프, 치유 등의 시설이 들어선 마을 프로젝트에요. 그의 목표는 커피시티를 통해 베트남의 생활 방식 자체를 바꿔보려는 거라 하고요. 관광객 유치는 물론이고 아예 도시를 커피의 수도로 만들자. 뭐 그런 아이디어에요. 말로만 끝날 사람이 아니죠. 그가 처음 커피 사업을 시작한 부온마투오트에 45만 평방미터 땅을 매입합니다. 한양대 서울캠퍼스나 도쿄 디즈니랜드 정도의 면적이에요.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은 이미 7억~10억대라 하네요.


쭝웬 레전드그룹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커피 투어 프로그램도 있어요. 그에게 커피는 문화 그 이상입니다. 박물관을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쭝웬은 '세계 커피 박물관'을 운영중인데, 이 박물관이 커피 시티 내에 있습니다. 커피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1만 여점의 컬렉션이 있는데, 독일 옌스 부르크 박물관에서 가져온 거라 합니다. 입장료 가격은 어른 3.22달러 어린이 1.7달러입니다.


커피왕의 꿈은 자신의 성공도 있지만 베트남 커피를 세계화하고 베트남을 커피의 메카로 만들어 어릴 적 자신의 아버지, 자신이 목격한 가난한 농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사업은 '윈-윈'이라고 항상 강조하고요.


그렇다면 커피왕이 한국 시장에 뛰어든 베트남 커피의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현재로서는 맛의 차별화가 아닐까 싶은데요.


베트남은 로부스타 원두 대표 산지이고 부 회장은 로부스타 원두의 품질을 업그레이드해 세계 시장을 정복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사람이거든요. 기존의 커피 시장은 아라비카 원두가 지배하고 있지요. 아라비카 원두는 향이 강하지 않고 부드럽고 고급지다면, 로부스타는 진하고 구수하며 카페인 함량도 조금 더 높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베트남 원두는 진하고 강하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되고요. 그래서 부 회장은 스타벅스 커피가 처음 베트남에 입성했을 때. 스타벅스에 대해 "설탕물에 커피 물을 섞어놓은 맛이다"라고 평가했었는데요. 그만큼 베트남 커피는 진하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로부스타는 고소하고 구수한 맛이 강하기 때문에 우유와 찰떡궁합입니다. 베트남하면 연유 커피를 떠올리는 것도 로부스타 원두의 맛이 연유와 만났을 때 배가 되기 때문이죠.


G7은 원두부터 맥심과 다르죠. G7에는 맥심과 달리 식물성 경화유지 등이 들어가지 않고요, 대신 소금이 첨가되네요. 맛은 그럼 어떨까요?


카페 창업자 등 카페 관련 종사자 20만여명이 가입한 네이버 카페 '커피 작업실'에 'G7' 관련 댓글을 찾아봤습니다.  


부회장의 오랜 기간 중점을 두고 극복하고자 하는 부분이 '베트남 커피=싼 커피'라는 인식인데요. 아직도 이 숙제는 남아 있는 거 같아요.


다음은 쭝웬의 한국 시장 진출 로드맵입니다. 커피왕이 한국 시장에서 커피프랜차이즈사업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만약 베트남 특유의 특성을 카페에 고스란히 담아, 코로나 시국에 베트남 여행을 가고 싶어도 못 갔던 사람들의 욕구를 끌어낼 수 있다면. 여행, 힐링, 문화라는 코드로 베트남 커피프랜차이즈가 베트남 쌀국수의 뒤를 이어 히트 아이템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베트남 커피왕의 야심찬 한국 시장 진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과연 한국 커피 시장을 뒤흔들 수 있을까요. 인스턴트 커피 시장의 맥심, 커피 프랜차이즈의 스타벅스의 높은 벽을 넘을 수 있을지 함께 지켜 보실게요.


한편, 국민 커피 맥심은 해외로 뻗어나가는 쭝웬과 다르게 수출할 수 없다는 사실. 알고 계시죠.

동서식품이 미국 대형 식품회사인 몬델리즈와 50대 50 합작회사다보니 맥심 상표권을 가지고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고 합니다. 로열티도 매년 지급하고 있고요. 한국인의 DNA뿐 아니라 세계인의 DNA도 사로잡을 수 있는 국내 기술력이 있음에도 합작회사라는 한계 때문에 묶여 있어. 그 부분이 유독 아쉽게 느껴집니다.


이상으로 맥심에 도전장을 내민 베트남 커피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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