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정적 나비효과는 막아야
운수권 재분배, 소비자 피해 걱정하다 노동자 피해 낳을 수도
이 기사는 2022년 02월 09일 08시 0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미스터리 작가 브래드버리가 1952년 출판한 단편소설 '천둥소리'에는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한 한 관광객이 실수로 나비 한 마리를 밟아 죽이는 모습이 묘사된다. 과거여행은 미래가 교란되지 않도록 정해진 행위만 해야 하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란 주인공이 돌발 행동을 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로 돌아온 주인공은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독재자가 돼 있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주인공이 과거로 가 저지른 아주 작은 돌발행동이 대통령을 독재자로 만든 변화를 유발한 것이다.


해당 내용은 '나비효과' 이론의 모티브가 된다. 나비효과 이론은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으로, 작은 행위가 다른 곳에서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론으로 시작한 나비효과는 이제 그 행위가 크든 작든 어떤 행위가 다른 곳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상황에서 종종 쓰이는 말이 됐다. 사회, 정치, 경제, 스포츠를 막론하고 나비효과와 같은 상황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업계에서도 나비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보인다. 안타깝게도, 부정적인 방향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운수권 재분배와 슬롯 일부 반납을 전제로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기업의 결합으로 일부 노선에서 독과점이 예상되고, 독과점은 곧 운임인상이라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소비자 피해를 막겠다는 공정위의 생각은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결정이 다른 곳에 미칠 영향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운수권 재분배는 항공사 운영 축소를 야기한다. 노선이 줄어드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운항 횟수는 필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운항 횟수 감소는 유휴인력을 만들어낸다. 현재 운영 규모에 맞게 고용돼 있는 인원 중 일부가 필요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조종사, 정비사, 승무원 등 항공사의 직접 고용인원은 물론, 협력사 직원들도 모두 포함된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은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3만명을 훌쩍 넘어선다.


대한항공은 산업은행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발생한다면 5000억원의 위약금을 물기로 했다. 운수권 재분배로 인한 운항 감소로 유휴인력이 발생해도 손실이 생기고, 이를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시행해도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규모적으로도, 이익적으로도 고사 직전인 아시아나항공을 살려 시너지를 내보겠다는 대한항공의 기업결합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를 바라보는 노동자도 자연스럽게 고용 유지에 대한 불안감이 들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아시아나항공에는 대한항공과 업무가 겹치는 직원들 사이에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섞인 말이 돌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운수권 재분배가 기업에게는 사업규모 및 이익 축소를 유발하고, 이는 다시 노동자의 실제적, 심리적 고용불안으로 이어지는 나비효과가 되는 것이다.


공정위가 내세우는 명분인 '독과점으로 인한 소비자피해'는 다른 방식으로 충분히 예방 가능해 보인다. 우선 항공업계 상황 상 독자적으로 운임을 올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외항사, 경우노선 등 대체제가 즐비한 상황에서 가격인상은 오히려 대한항공 국제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래도 가격인상이 걱정된다면, 국토교통부 등 정부부처와 협력을 통해 이를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부디, 공정위가 피해자를 낳지 않는 현명한 방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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