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아시아나 화물 인수전 빠진 이유는
1조원대 인수자금 부담감…기단 현대화 등 내실 다지기 주력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9일 15시 1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제주항공)


[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의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제주항공이 본입찰에 불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예비입찰에는 참여했지만 인수자금 부담 때문에 애당초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 의지가 강하지 않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제주항공은 차세대 항공기 구매 도입 등 기단 현대화를 통한 원가경쟁력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본입찰에는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이스타항공 등 3곳이 참여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1위 제주항공은 예비입찰에 참여하며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본입찰에서는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 AK홀딩스, 단기차입금 증가…재무지원 어려워  


시장에서는 제주항공이 본입찰을 참여하지 않은 것을 두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에 대한 인수자금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가격은 5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부채를 포함시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은 엔데믹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있지만 재무상태는 이제 겨우 회복세에 접어든 상황이다. 제주항공의 영업이익은 2019년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해오다가 5년만인 지난해 흑자로 전환했다. 현재 인수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작년 말 기준 2118억원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536.5%로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대비 366.7%p(포인트) 높은 수치다.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모기업인 애경그룹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이 역시 만만치가 않다.


그래픽=딜사이트 이동훈 기자

오히려 애경그룹의 지주회사인 AK홀딩스는 계열사들의 실적부진이 이어지자 보유하고 있는 제주항공 주식을 담보로 지난달까지 1650억원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재무상황도 마냥 여유롭진 않다. 작년 말 기준 AK홀딩스의 현금성자산은 51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2%나 감소했으며 부채비율은 최근 6년 동안 계속 증가해 310.7%를 기록했다.


1년 이내 변제해야 할 단기차입금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AK홀딩스의 단기차입금은 1조826억원으로 전년 대비 31.0%나 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 시 떠안아야 할 부채까지 고려하면 애경그룹 입장에서도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애당초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며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기존 화물사업과의 시너지 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애경그룹의 계열사들 실적이 다소 부진해 적극적으로 지원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인수자금 이외에도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금액들을 생각하면 자칫 유동성 위기가 올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 제주항공, 기단 현대화 통해 수익성 강화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에 참여하는 대신 차세대 항공기 구매 도입 등 기단 현대화를 통한 원가경쟁력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직접 구매 방식의 기단 운용 전략으로 전환해 기존 리스(대여) 방식 대비 획기적인 원가구조 개선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제주항공은 차세대 기종인 B737-8 4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 지난해 4분기에는 B737-8 2대를 도입했다. 현재 운용리스로 보유하고 있는 B737-800은 계약 만기 시 반납해 B737-8의 기단 비율을 더욱 늘릴 예정이다.


제주항공이 B737-8 비중을 늘리는 이유는 기존 기단 대비 수익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B737-8은 연료효율이 증가한 LEAP-1B 엔진이 장착돼 연료소모량이 15%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단 현대화를 통한 정비 효율이 증가하면 유지비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운항거리도 B737-8(5880km)이 B737-800(4982km)보다 1000km 가량 더 길다. 이는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를 넘어 우즈벡, 인도네시아 등 새로운 신규노선 개발에도 나설 수 있다는 말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인수 후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 기존 여객 사업과의 시너지 등 제한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검토했다"면서도 "여러가지 불가피한 사정으로 구속력있는 인수제안을 준비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항공은 차세대 항공기 구매 도입 등 기단 현대화와 호텔, JAS, AKIS 자회사 등 원가경쟁력 확보 및 사업다각화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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