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보다 크다'…주목받는 암호화폐 OTC
기관, ‘유동성·안정성 높아’ OTC거래 선호하는 추세

[딜사이트 공도윤 기자] 주식시장에서 OTC(Over The Counter)는 비상장 주식의 매매 거래를 위해 개설된 장외시장(K-OTC)을 의미한다. 기업은 거래소에 상장하기 전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해 활용하고, 투자자는 고수익을 노리거나 대체투자의 성격으로 접근하는 시장이다.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OTC는 암호화폐 거래소(장내)에서의 거래가 아닌 ‘장외’ 거래를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 거래의 ‘메인’시장이 거래소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거래 규모는 거래소 밖의 OTC시장이 2~3배 더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암호화폐 OTC시장의 한 관계자는 “만약 10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수하고자 하는 투자자가 있는 경우 일반 거래소에서는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구입하기 어렵다”며 “자금 규모가 큰 기관, 고액자산가의 거래가 주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비니 링햄 시빅 재단 최고경영자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거래량이 비트코인의 진짜수요와 공급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 규모의 비트코인 거래는 OTC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OTC의 기본 거래 구조는 거래 당사간의 합의다. 초기는 당사자 간의 은밀한 거래나 메신저를 통한 커뮤니티형 거래가 주를 이뤘지만 점차 장외 거래 규모가 커지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전용 플랫폼인 ‘OTC데스크’ 기능을 가진 거래소가 등장했다. 정식으로 법적 가이드라인을 갖춘 시장의 등장으로 거래의 신뢰성과 안전성도 한층 높아졌다. 이들은 온라인 암호화폐 거래소가 겪는 해킹의 위험에서도 자유롭다.


대표적인 암호화폐 OTC거래소로는 골드만삭스와 바이두가 투자한 서클 파이낸셜(Circle Financial), 아시아 최대 암호화폐(디지털자산) 중개 회사 옥타곤 스트레티지(Octagon Strategy Limited), 디지털 커런시 그룹(Digital Currency Group)이 보유한 제네시스 글로벌 트레이딩(Genesis Global Trading)이 있다. 국내업체로는 체인파트너스가 뛰어들었다.



OTC 거래의 주 고객은 헤지펀드기관, 자금조달기업, 고래(고액가산가), 비트코인 채굴자 등이다. 일반적으로 최저 거래액은 10만달러(약 1억원이상)로 알려진다. 하루 거래량은 써클의 경우 2조원, 옥타곤은 1조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변동성, 거래 안전성에서 OTC거래가 장내 거래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기관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더불어 상장 전 우량하고 괜찮은 프로젝트를 사고자하는 니즈도 많아 OTC거래소의 경우 컨설팅과 거래 서비스를 같이 제공한다”고 말했다.


기관 자금이 꾸준히 늘며 최근 OTC거래는 규제 허가를 받은 암호화폐를 주로 거래하는 등 시장의 투명성을 위해 규제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체인파트너스도 상대방을 확인하는 절차인 KYC는 물론 장외거래 관련 정부·시중은행·국세청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과 외국환관리법을 따르고 있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ETF 승인을 신청한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경우, 인덱스 값의 기준으로 OTC마켓 가격을 지표로 삼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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